현대 수묵의 주축인 송수남, 이철량, 김호석 3인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누벨백 미술관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시 ‘현대 수묵 3인전’을 ‘27일’부터 3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전북 출신으로 한국 화단을 이끈 이들의 ‘수묵화운동’의 초기작과 근래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지난 1980년대 수묵화운동은 한국미술 역사상 최초의 미술계 집단운동으로서 평가된다. 이러한 수묵화운동은 그동안 관념화된 우리 전통회화에 새로운 변화 필요성에 대한 요구이며, 또 한편으로는 20세기 이후 서양미술에 경도되어 한국미술의 전통가치가 지나치게 훼손되어가는 상황에 대한 자각정신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우리미술계의 자각운동은 이 같은 수묵운동을 필두로 하여 당시 침체되어 있던 한국화 화단에 불씨가 되었다. 이러한 수묵화운동의 중심적 생각은 전통적인 산수화나 문인화의 박제된 관념화에서 탈피하고 수묵 본연의 가치와 표현형식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묵화운동의 계기는 1982년 ‘수묵화4인전(동산방화랑)’이었다. 참여 작가는 당시 홍익대 교수였던 송수남과 제자들인 이철량, 김호석, 신산옥이었다. 이 가운데 제주출신 신산옥을 제외하면 송수남(전주, 전주공고 졸업), 이철량(순창, 신흥고졸업), 김호석(정읍, 전주고졸업) 3인은 모두 전북출신이었다. 공교롭게도 한국 현대수묵을 주도했던 인물 3인이 전북출신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부분이 크며 전북이 한국 현대수묵의 산실이었음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남천 송수남(1938~2013)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화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전통 수묵의 현대화에 중추적 역할을 한 작가로 꼽힌다. 상업주의와 서양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한국화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하였고 한국인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 나가며 세계 속에 한국적 미의식과 혼을 찾는 우리 미술계의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두고 현대적 화풍으로 ‘한국의 미와 정신’을 화폭에 구현해 냈다.
이철량 전북대 명예교수는 전북이 낳은 대표적 한국화 화가이다. 형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본질에 근접하려는 그의 화풍은 앞으로 수묵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며 전북 화단의 맥을 잇고 있다.
근래 이 교수의 작품은 온통 검은 색의 도시 <city>이다. 미로처럼 복잡한 도시 의 모습과 그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도시 속 삶에 대한 이 화백의 연민과 애정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자연 속 만물이 수묵 안에서 하나가 되듯 도시와 나는 둘이 아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짙은 농담의 수묵 사이로 간간이 드러난 흰 여백은 무르익은 그의 채움과 비움의 미학 또한 느끼게 한다.
김호석 화백은 동양화론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전통 초상화의 권위자로서 실제 ‘배채법’을 화면에 실현하는 극히 드믄 수묵화가다. 1999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외 유명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세계에 알렸다. 성철 스님, 법정 스님 등을 비롯한 한국 불교의 큰 스님들과 노무현 前 대통령의 영정을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국빈 방문 때 文대통령이 모디 인도 총리에게 김호석 화백이 그린 이 특별한 초상화를 선물한 바 있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개 있는 불굴의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한 수묵화 운동을 이끈 선구자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고장 전북이 한국 현대수묵의 중심으로 굳게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 입력 2019.02.24 15:59
- 수정 2019.02.24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