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국회, 정치적 상상력

<전라포럼> 고상진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연구실장.행정학 박사 오피니언l승인2019.02.24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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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점휴업이다. 1월 국회 무산에 이어 2월 임시국회마저 막을 내릴 조짐이다. 정치는 실종되었고 민생은 뒷전이다. 국회가 가동이 되면 당장 법안 제개정(制改定)이 진행된다. 20대 국회에 들어서 전체 18,00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이중 2/3에 달하는 12,000여건이 여전히 계류 중이다. 내년까지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이를 다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국회 공전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법이 바뀌면 그 효과는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를 먹고사는 특성상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제개정 법안 대부분은 규제를 풀거나 민생을 보다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따라서 국회를 가동한다는 것은 법안 처리를 통해 국민의 삶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고, 반대로 지금의 공전은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공전의 책임은 여야(與野) 모두에게 있다. 그중에서도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여당은 정부와 더불어 국민의 삶을 보다 이롭게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가 공전되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여당이어야 하고, 발목잡기로 여당의 애를 태워야 하는 것은 야당의 몫이다.

그런데 요즘 국회는 참 희한하다. 여당의 미필적 고의로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야당은 정부여당을 탓하며 방조한다. 대통령 지지율에 취하고 지리멸렬한 야당을 조롱하는 여당의 오만과 만용에서 기인한 무책임한 행태다. 여당은 국회가 공전되더라도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인 듯 즐기고 있다.

국회 가동은 여야 원내지도부간 협상을 통해서 이뤄진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협상이 정치의 묘미인 것이다. 정치는 백지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같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게 되면 실패한 협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상상력이 풍부한 지도자가 멋진 협상을 통해 훌륭한 호랑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그런데 여야 협상주체 가운데서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굴곡진 현대사 곳곳에서 보여준 3김의 정치력은 압축적으로 이뤄낸 산업화 못지않게 민주화도 앞당긴 것으로 평가한다. 여야를 교차하며 접점을 찾고 교집합을 이뤄내는 정치력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 교집합이라 할 수 있는 ‘내각제 개헌’도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정치적 일정이 앞을 향해 내달릴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 줬다.

이러한 정치력은 현대사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사(正史)를 180도 뒤집었던 사례가 있었다. 정조대왕은 정승인 심환지와 3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는 막후정치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고 현안을 해결했다. 심환지는 정조대왕의 ‘독살설’ 배후로까지 지목됐을 정도의 정적이었다는게 정사적 평가였다. 만일 정조대왕의 ‘당부’대로 심환지가 편지를 받는 즉시 소각했다면 두 사람간 긴밀한 소통을 우리 후손들은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처럼 여당과 야당이 극단의 정치로 평행선을 잇는 동안 국민의 삶은 고달프고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법으로 해결이 안되는 현안을 풀 수 있는게 정치다. ‘호랑이를 그리든 고양이를 그리든 뭐라도 그려라’는게 국민의 요구다. 정조대왕처럼 정성어린 손 편지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는 정치력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일까.

정치적 상상력이 부재한 정치현장, 그 응달진 곳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상진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연구실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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