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완주에 있는 현대차 전주공장은 중대형트럭과 버스 관련 종합적인 연구 및 생산체계를 갖춘 대규모 사업장으로 1995년 4월 1호차가 생산된 이래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왔고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1995년 5월 준공된 타타대우상용차는 대우자동차의 트럭부문이 분리되어 2004년 설립된 별도법인으로 설립 이래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전북은 전국 중대형상용차의 94%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이들 두 완성차 기업은 우리지역이 상용차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근간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상용차산업의 생산과 혁신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2017년 기준 도내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종사자의 22.7%(12년 23%), 출하액의 21.1%(12년 27%), 부가가치의 19.0%(12년 22.3%)인데, 전반적인 지표가 2012년에 비해 많이 후퇴했다. 2012년도 53억 달러에 달하던 수출액도 12억 달러로 추락했다. 완성차 생산량 역시 현저히 감소(14년 8만대, 16년 6.5만대, 17년 5.4만대)하여 각각의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 대비 가동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용차산업이 성장하려면 일차적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우리는 전자부품 하나 고르는데도 많은 고민을 거듭한 후에 결정한다. 가성비(Cost-effectiveness, 價性比)와 제품의 혁신성은 선택의 최우선 항목이 되었다. 다이슨은 필터 없는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전 세계에 충성고객을 만들었다. 하물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차량은 어떨까?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차량 구입비, 연료비, 정비비, 그리고 폐차나 중고차로 판매할 때까지 소요되는 전체 비용에 매우 민감하다. 이를 TCO(Total Cost of Ownership, 總所有費用)라 하는데, 국내 상용차의 경우 총 소유비용이 대체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여기에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도 선진국 차량에 미치지 못하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형 덤프와 트랙터 차량 시장의 70% 이상을 수입차가 점유하는 주요 이유다. 또한 수입차의 국내 시장 침투가 중소형으로 확대되고 있고, 전략적 수출지역에서는 중국차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기술적으로도 친환경차량과 자율주행, 군집주행 등 고안전 차량에 대한 시장의 요구와 정책적 니즈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상용차 전 차종의 전기자동차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는 군집주행기술이, 미국을 중심으로는 자율주행 상용차기술의 개발과 실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간 투자와 정부의 자원 투입도 함께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 아니 우리지역에서 상용차산업의 혁신성장이 절실한 이유이다. 이번에 예타가 면제된 ‘상용차산업 혁신성장과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사업’은 현 상황을 극복하고 한 단계 점프-업 하는 상용차산업 기반 조성을 위해 기획되었다. 특히 친환경, 능동안전, 연비, 경량화 등으로 전환되는 상용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생태계 구축이 주요 방향이다. 기술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15% 향상, 차량 경량화 15%, 안전성 및 편의성 제고와 산업적으로 친환경 상용차 및 전기·전장 핵심부품 전문 기업·연구소 유치 및 육성 등 친환경 시대를 견인하는 상용차 전기·전장 클러스터 구축 사업도 추진된다.
주요 3가지 사업으로는 첫째, 상용차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자 지역 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점프-업 기술개발을 추진하게 되고, 둘째로는 전기전자업체 기업·연구소와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의 생산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테크비즈 프라자 구축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연구장비를 구축하는 Co-LAB 센터가 새만금 지역에 구축된다. 마지막으로 개발기술의 활용 및 상용화 생태계조성을 위한 다양한 기업지원과 인력양성 사업이 추진된다.
이들 사업 추진으로 시장 대응력 확보와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핵심기술 확보와 사업화 및 적기 시장진입 촉진의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생산액 8446억원과 부가가치 3378억원, 그리고 고용도 4866명이 창출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의 기술패러다임 변화와 수요자 요구를 따라 잡기위한 ‘상용차산업 혁신성장’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보유한 강점기술 확장과 전기·전자가 융합된 지속성장이 가능한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에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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