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 덧 봄이 성큼 다가왔고, 봄철 영농시기가 돌아왔다. 이맘때면 농촌 마을에서는 논두렁 밭두렁 태우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영농 전 논두렁을 소각하면 잡초를 없애고 병충해를 방지할 수 있으며 재가 거름이 되어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오랜기간 농촌마을에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여기저기서 논두렁을 태우는 풍습이 계속되고 마을은 연기로 가득차는 광경이 목격되곤 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두렁 소각은 병충해 방제에 아무런 효과가 없고, 익충 비중을 줄이며 오히려 인근으로 불씨가 번져 산불 발생 위험만 높인다고 한다. 실제로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그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그간 논두렁 태우기는 해충방제에 도움이 된다는 관행농법으로 알려져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논두렁에는 해충보다 이로운 벌레인 익충이 더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농진청 연구 결과를 보면 논두렁·밭두렁에는 해충류(10개체, 11%)보다 거미를 비롯한 천적류 (81개체, 89%)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농진청이 김제 벽골제 부근 논두렁에 서식하는 미세 절지동물을 조사를 했다. 논두렁을 태우기 전 해충 비율은 5.5%였고, 익충 비율은 94.5%였다. 이 후 논두렁을 태우고 일주일 뒤 다시 조사를 벌인 결과 해충과 익충 등 미세 절지동물이 모두 줄었다. 특히, 유기물을 분해해 농생태계의 물질순환에 큰 역할을 하는 톡토기가 82.1% 감소했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논두렁 태우기가 산불 발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산불은 전체 187건이다. 이 가운데 논·밭두렁 태우기가 원인이 된 경우가 21건, 면적만 2.48ha에 달했다. 영농철을 앞두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논두렁 태우기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해충방제 효과는 너무 적다. 하지만 건조한 봄철에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부득이 논두렁 태우기를 할 경우, 119에 신고 한 후 마을 공동으로 소각을 하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논두렁을 태우다 자칫 산이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회복의 시간과 세금은 얼마가 투입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다. 모두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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