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깡통전세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깡통전세란 주택의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밑돌아서 집주인이 집을 판다 해도 세입자에게 전세자금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만약 앞으로 깡통전세가 크게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주거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5.2%가 전세계약을 맺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를 혼합한 보증부 월세계약까지 전세계약에 포함시킬 경우, 전세계약을 통해 주거를 확보한 가구의 비율은 35.1%에 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깡통전세가 급증할 경우 전세 세입자들이 크나큰 불안감을 안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

깡통전세의 증가는 또한 금융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전세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금융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로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전세자금대출 경로인데, 깡통전세로 인해 전세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경우 세입자의 대출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겨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

두 번째 경로는 주택가격 경로인데, 주택가격의 하락이 깡통전세를 야기하고, 깡통전세는 다시 주택가격을 추가적으로 하락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다. 전세자금은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세입자에 대한 부채나 마찬가지인데, 깡통전세의 경우 전세계약 종료 시점에 집주인이 전세자금이라는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집주인은 추가적으로 차입을 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차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집주인은 보유 주택을 매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에서의 매물 증가로 이어져 주택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되고, 그 결과 깡통전세가 늘어남으로써 이와 연관된 전세자금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다.

깡통전세가 주거안정성에 끼치는 악영향은 널리 인식되고 있으나, 금융안정성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깡통전세가 금융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양준빈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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