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A씨는 11일 방과후학교 강사로부터 정원이 초과해 수업에서 방출된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분개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의 방과후학교 신청을 접수한 게 지난 4일과 5일. 그는 방과후학교 신청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정원이 초과했다’ 등 안내를 단 한 차례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이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A씨에게 발송한 안내문은 수업내용과 모집방법 등이 전부다. 선착순 모집 이후 순위에 포함되지 못한 개별 가정에 대한 안내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사전 설명 없이 책임 권한이 없는 강사로부터 전달된 통보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녀의 돌봄에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A씨는 “학교 측의 잘못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나라에선 사교육을 줄이고 부모들의 부담을 덜도록 공적 지원을 말하지만, 부모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면서 “학원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도 영어와 태권도 2곳의 학원을 보내고 있는데 방법이 없다. 집에는 오후 6시를 넘어서야 사람이 들어오는데 아이를 홀로 둘 수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올 상반기 방과후학교 18개과목·22개강좌·강좌당 정원 15명을 모집, 이 과정에서 일부 과목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업무 미숙 등으로 학부모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파악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학부모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업무 미숙 등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복하기에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현재 학부모들과 조정 중이다”고 답했다.

맞벌이가정 등 돌봄에 대한 수요가 높은 가운데 공적 돌봄이 미비해 일선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까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12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교 아동에 대한 공적 돌봄 비율은 13.9%에 그친다. OECD국가 평균인 28.4%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결국 여성의 경력단절과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0.98명)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주시가 추산한 전주 지역 방과 후 초등 돌봄 필수 아동 역시 2만1800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맞벌이가정은 자녀들의 돌봄 공백을 학원 등 사교육이나 조부모 등 가정 내에서 해소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주시는 2억3000만원을 투입해 ‘야호 다함께 돌봄센터’ 2개소(조촌동·혁신도시)를 설치, 초등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시민들의 돌봄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야호 다함께 돌봄센터 아파트와 복지관, 주민센터, 마을회관 등 지역사회의 자원과 유휴공간 등을 활용, 만6~12세 모든 계층의 아동을 대상으로 ▲시간제 돌봄 ▲문화·예술·스포츠 등 프로그램 지원 ▲등·하원 지원 ▲돌봄 상담 및 서비스 연계 ▲간식(또는 식사) 제공 등을 지원한다.

오는 2022년까지 23개소까지 확충해 500여명을 수용, 초등학교 아동에 대한 공적 돌봄 비율을 3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주시 복지환경국 관계자는 “학교를 마친 후 갈 곳이 없어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에게는 친구와 놀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맞벌이 부모에게는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면서 “돌봄 걱정 없이 일과 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편적 돌봄을 실현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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