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욱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장
 
농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논밭에서 농사일에 바쁜 부모 일손을 돕는 것이 당연한 일과였다. 이러한 성장 환경이 지금 내가 농촌에 살며, 농업 관련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공업 입국되어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며 산업화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던 1970년대, 우리 누나 셋도 마산, 진주에 있는 도시 섬유공장으로 떠나갔다.
 그래도 마을마다 젊은이 한 두 사람은 농사를 가업으로 잇겠다며 동네에 남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농업이 시나브로 홀대는 받았지만 지금처럼 3D 업종으로 전락한 기피 산업은 아니었던 것이다.
 모두가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였지만 부모의 밥상머리 교육과 마을 어귀 당산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은 어른들이 동네 아이들의 인성을 함께 키워주던 그 시절이, 내 어린 날이면서 동시에 식량자급률 80%를 지켰던 우리나라 70년대 농촌 이야기다. 이제 시간을 관통하여 5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농업·농촌·농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 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는 식량자급률을 보자면 우리나라는 3%(쌀 제외) 수준으로, OECD 34개국 중 32위 최하위권(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자급률 102.5%, 농림부 자료 2017년)이다.
 세계 GDP경제성장 규모는 10위권을 자랑한다지만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먹거리 대책에 있어서는 후진국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농업이 궁지에 몰린 원인과 해법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과거와의 단절이 가장 크다고 본다. 국토의 분단과 그 후 걸어 온 우리나라 60여 년 농업정책은 성장과 효율, 세계화의 무한 경쟁에 방향을 맞춘 결과 생물다양성, 지역 선순환 등 온갖 장점을 두루 갖춘 우리 전통농업 방식은 부정되었고, 농촌공동체의 질적 가치는 외면당한 채 다수확 품종개량과 기계화, 비교우위 논리 등 양적 성장과 외관을 키우는데 치중했다.
 근본 잃고 더구나 주관 없이 세상 흐름에 맞춘 그간의 농업정책이 지금 우리 농업·농촌·농민의 전망을 어둡게 만든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법은 다양하겠지만 우선 복원과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두레, 향약 등 상부상조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농촌문화를 바탕으로 농업생산력을 복원하고, 품앗이와 계와 같은 공동체 전통을 다양한 협동조합 형태로 계승 발전시키는 등 함께 잘사는 미덕을 회복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아가 개인주의와 물질의 노예가 되어 정신줄 놓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상생의 가치를 익힐 수 있도록 우리 농업·농촌·농민이 앞장서 이끌어주고 치유해 가야한다고 본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이곳 전주시(인구 65만 명), 전라북도(인구 185만 명)주민,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는 행복을 원할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우선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한다.
 생산과 소비 주체인 주민들의 행복에 대한 갈망은 농업부문의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지역과 국가의 농업정책을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2012년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직거래 유통, 지산지소, 농민소득 향상의 내용을 담은 로컬푸드 확산과, 전북의 삼락 농정, 특히 2015년 식량권 및 식량주권 보장,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모토로 로컬푸드에서 진화 발전한 전주시 먹거리 정책 ‘전주푸드플랜’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농업·농촌·농민이 헤쳐 나갈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FTA관세 완전철폐 등 거세져 가는 세계화라는 ‘쓰나미’ 에 언제 휩쓸려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새로운 농정을 펼치려 해도 우리 농촌에 농민이 사라져 가고 있다.(40세 미만 농업경영주 전체 농업경영주의 0.9% 9,273명, 2017년 농림부) 선진국의 경우 농민 복원을 위해 애쓰는 나라도 있다고 하니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다행이라 해야 할까? 현재 전주시 1만8천여 명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는 국민 식량안보를 담당할 238만(2018년 기준) 농민이 아직 남아 있음에 위안을 삼는다.
 국민 모두가 함께 농업·농촌·농민을 살리기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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