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때 남원성전투의 마지막 항전지였던 옛 남원역 부지활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원시의회 박문화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제22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서 “남원성 북문터와 옛 남원역 부지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말 옛 남원역 부지가 전라북도 공모사업을 통해 ‘길 문화관’으로 활용된다는 보도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며 “남원시 공직자들의 노력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만을 본다면 훌륭한 일이지만, 옛 남원역의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공모사업 대상 부지로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 옛 남원역 부지는 정유년 남원성전투의 마지막 항전지이면서 순절 현장으로, 일제가 남원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자리다. 일제는 선열들의 핏자리인 남원성 북문 앞에 역사(驛舍)를 만들어 후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짓밟으며 기차에 오르내리게 했고, 순절하신 분들의 분묘를 석탄 똥 처리장으로 만들어 우리 민족의 혼을 말살하려 했다.

‘길 문화관’의 선정 배경을 살펴보면 부지 내 옛 철길 등을 활용한 사업과 역사 주변 유휴부지 등의 생태공간 활용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지리산 둘레길 등과의 연계성, 백두대간생태교육장 운영 경험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옛 남원역의 역사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경제적 논리나 주변 환경만을 고려한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행정이라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라면 2007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신생안길이나 남원시 초입의 교룡산성, 뒷밤재 등과의 연계성을 활용해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신생안길 12-1 일대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관련 토지를 매입하고 기존 주민을 이주시키면서 임시주차장 조성, 안내판 및 그네 설치, 핑크뮬리 꽃밭 조성 등을 통해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앞으로도 핑크뮬리 군락지를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이곳은 남원시의 초입지로서 교룡산성과 서남대를 끼고 있는 뒷밤재 배롱나무 길과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길 문화관’ 조성에 있어 이러한 조건들의 장소를 활용해야 한다.

옛 남원역이 신역으로 이전되던 당시에도 비슷한 맥락의 활용방안 논의가 있었다.

당시에도 남원역 부지의 활용방안으로 공장부지, 아파트 건설, 철도박물관 존치 등도 거론되었지만 남원역 부지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맞지 않았기에 모두 무산됐다.

때문에 역사적 가치와 우리 조상들의 핏빛 역사를 생각한다면 옛 남원역 부지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첫째, 남원성과 만인의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기에 이를 어떻게 연계시켜 남원의 최대 자원으로 만들 것인가, 둘째로 후손들이 선조들의 투쟁과 아픔의 역사를 바르게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의 실체를 올곧게 담아내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박 의원은 “남원과 일본의 그 끈질긴 악연과 현장성을 살려 일본을 알고 깨우치고 각성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다짐할 핵심 지역이 남원성 북문터와 옛 남원역 부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남원성 북문이 복원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