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들은 놀 권리가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놀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청사 앞 잔디광장에 통합놀이터 ‘이음’을 세운 건 그 때문이다. 진행 중인 ‘놀이밥 60⁺ 프로젝트’ 정책을 강조함과 동시에, 놀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

도교육청이 2014년부터 시작한 놀이밥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놀이는 곧 밥이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커가려면 교실에서 읽고 쓰고 말할 뿐 아니라 일정시간 이상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놀이 속 친구들과 어울리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보면 인성,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력.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학교를 마친 뒤 학원에 가거나 여가시간 휴대폰을 보고 게임하기 일쑤. 도교육청은 도내 초등학생들이 하루 중 틈틈이 60분 이상 움직이도록 돕고 전주시, 세이브더칠드런과 초등학교별 특색 있는 놀이공간을 조성 중이다. 학부모들은 자원활동가인 놀이밥퍼로 아이들의 놀잇길을 열어주고 있다.

한 발짝 나아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놀 수 있는 도교육청 청사 안 통합놀이터를 준비했다. ‘통합놀이터’는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더불어 노는, 모든 어린이가 어울리는 곳이다.

이 놀이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강조하는 2000년대 들어 전국 곳곳에 하나둘 자리 잡고 있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법적 정의나 기준이 현재로선 없어 그 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비용이나 방식 등 설치도 어렵다.

그럼에도 통합놀이터가 필요하다는 게 대다수 목소리다. 장애아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비장애아들이 장애아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청사 앞 활용하지 못하는 빈 공간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까 고민하던 중 아이들이 오가며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떠올렸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놀이밥 프로젝트 관련 학부모교육을 한다. 언젠가 놀이전문가 초청강의를 하는데 그 분이 한 통합 놀이터에 대해 들려주셨다”면서 “놀이 정책을 활발히 펴고 있는 우리로선 바람직한 놀이터가 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본보기가 될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이어 학생, 학부모, 교사 각 15명가량으로 이뤄진 놀이터 참여 디자인단을 꾸린 다음 교육하고 의견을 들으면서 장애아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디자인단은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놀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친화적인 휴게공간으로 놀이기구가 있되 공간 여유가 있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공사 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TF팀도 구성했다. 방향을 잡아갔지만 흔치 않은 놀이터를 현실화하는 게 쉽진 않았다고.

도교육청 관계자는 “애들도 없는 교육청에 왜 짓느냐는 지적이 있고 놀이기구를 일일이 제작해야 하다 보니 기성품보다 몇 배 비쌌다”면서 “통합놀이터는 우리 교육청의 아이들 놀이 공간 확보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향후 놀이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도내 통합놀이터는 2곳”이라고 설명했다.

전북교육청사 놀이터 이음은 2017년 9월부터 논의해 올해 2월까지 1년 반 동안 약 2억 7천만 원을 투입해 완성했다. 청사에 통합놀이터를 지은 건 17개 시도교육청 중 처음이다.

이름 ‘이음’은 최근 공모해 선정했는데 크게 3가지 의미를 지닌다.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 이어지고 아이들의 잠재력이 발현돼 미래사회 주역으로 이어지며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놀이를 통해 긍정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잔디밭 1300㎡에는 3개 방향을 토대로 7개 시설이 자리한다. 3개 방향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더불어 노는 ‘두루두루 함께하는 놀이터’▲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놀이터’▲잔디광장 자연물을 활용해 놀이시설을 최소화한 ‘자연을 닮은 놀이터’다.

7가지 놀이기구는 그물놀이대, 미끄럼틀, 줄 오르기, 암벽 오르기, 모래놀이 테이블, 감각놀이대(링), 감각놀이대(북)이다. 기구들은 휠체어로 지나가거나 휠체어에서 내려 바로 탈 수 있도록 적당한 간격과 높이를 유지한다.

휠체어나 보조기를 쓰는 아이들을 고려해 바닥 모래는 없지만 자연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모래놀이하는 곳을 따로 꾸렸다. 북을 치거나 링을 돌리면서 소리를 듣거나 촉감을 느끼는 감각 부분도 고려했다. 군데군데 심은 나무와 산책로마냥 넉넉한 통로는 자연 속 쉼터의 모습을 강조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예상했던 것보다 줄다보니 계획했던 시설들을 다 놓지 못했다. 그러나 놀이터 주인은 놀이기구가 아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다. 부족한 놀이공간과 휴게시설은 시간을 갖고 보완하겠다. 안전에 힘쓰겠다”면서 “단위학교에 특수학급이 존재하는 걸 고려했을 때 이후 놀이터 형태는 통합놀이터가 돼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이음을 시작으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이음 개장식은 27일 오전 11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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