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증가한다. 수요의 법칙이다. 한 재화의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 이럴 경우 어떤 재화와 유용성이 비슷해서 대체해서 쓸 수 있는 재화를 대체재라 한다. 꿩 대신 닭,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가 그것이다.
자동차부품에도 대체재, 즉 대체부품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체부품이란 완성차에 처음 장착된 부품(순정부품)과 비교하여 성능과 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여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사고 등으로 부품 교체가 필요한 때 순정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중소 부품기업에서 제조한 대체부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대체부품의 사용비율이 34%에 이르고, 시장규모도 70조 원을 넘는데 대만의 부품업체가 주도적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순정부품 시장규모가 3조5000억 원에 이르고 있어 대체부품이 활성화될 경우 시장규모는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는 2014년 10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대체부품 인증 절차와 방법, 그리고 인증기관 지정기준 및 판매된 대체부품에 대한 사후관리 방안을 규정하면서 자동차 대체부품 시장이 열렸다.
그러나 관련 규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 생산 차종의 경우 수요가 많은 휀더, 범퍼, 본넷 등의 외장부품의 대부분이 보호기간이 20년인 디자인보호법의 규제에 따라, 완성차에 납품하는 업체가 아닌 경우 자체적인 생산과 유통이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그 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2017년 9월 정부와 관계기관·업계·부품협회간의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MOU를 계기로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 현재는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낮으면서도 사고 시 파손빈도 및 수리비가 높은 외장부품과 교체 수리가 빈번한 소모성 기능부품 115개 품목이 대체부품 인증 대상으로 확대되어 있다.
대체부품산업이 활성화 되면 파생되는 효과도 크다. 우선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부품 선택권이 확대되고, 별도로 순정부품 가격의 25%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페이백(payback)으로 경제적 이익도 얻게 된다. 보험사에서는 순정부품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지출되는 비싼 부품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소비자의 보험료 인하라는 효과도 가져 온다. 외제차 수리를 위한 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고, 대체부품의 국내 생산기반을 마련하여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부품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난 2월 국토부는 군산에 소재한 창원금속이 자동차융합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현대 싼타페 좌우 휀더가 ‘국산차 대체부품 1호 인증’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인증제도 도입 이후 4년 만이다. 이 대체부품은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의 육안검사, 부품두께, 인장강도 등 물성시험 9개 항목에서 순정부품과 품질·성능이 비슷하게 평가되었다. 연이어 그랜저 휀더에 대한 대체부품도 인증 받았다. 출시초기임에도 이들 인증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매우 좋다. 4월 예상 공급 부품수가 2000개 이상, 매출은 3억 원 이상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인증 성공에 힘입어 우리지역에 대체부품 업체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체부품의 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한 ‘글로벌 자동차대체부품산업 협의회’가 3월 말 출범함에 따라 전북도와 기술원에서 행·재정적인 지원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대체부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낮추고 품질은 순정부품 수준까지 맞추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부품을 성형하기 위한 금형 등의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부품기업의 집적화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은 필수다. 대체부품 산업은 관련부품업체들의 독자생존을 위한 방안이자 전북 자동차산업이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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