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지역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전국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는 26일 국회를 방문해서 도·농 간 재정격차 해소와 세수확충을 위한 농어촌지역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지방재정의 건전화와 지방분권의 촉진,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담았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우리에 앞서 공동화 현상을 겪은 일본 농촌을 공부한 학자들 사이에서 십여 전부터 제기됐다. 일본의 경우 현재 우리 농촌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해결책의 하나로 거론됐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향납세’를 실시하는 지자체가 받은 혜택이 1년에 1조7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자체들은 고향납세를 통해 확보한 재정을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투자해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날 성명서에도 고향사랑 기부금제도를 도입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각종복지사업과 정주여건 개선 등에 고향세를 사용하면서 인구증가 및 농촌경제 활성화를 이룬 일본의 사례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면서 학자들 사이의 논의가 본격적인 정책 분야로 다뤄졌다. 당시에는 선심성이나 실현이 어려운 공약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지역 소멸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최근에는 분위가 많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공약으로 발표할 만큼 국민적 공감대도 많이 두터워졌다.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14개나 되는 고향세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됐고 현재 국회 심사대기 중이다.
그러나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에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국회에서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수도권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힘을 합해야 하는 이유다. 전북 정치권이 진정으로 지역 소멸을 걱정한다면 고향사랑 기부금법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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