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연구중심 약대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말했는데 오늘부터는 ‘연구중심 약대 반드시 발전시키겠다’고 하겠습니다. ”(채한정 전북대 약학대학유치추진단장)
  오랜 꿈이 30여년 만에 이뤄졌다. 전북대학교가 약학대학 신설대학으로 선정돼서다. 교육부는 지난 달 29일 약대 신설대학으로 전북대와 제주대를 최종 선택, 두 대학은 2020학년도부터 각 30명 정원 약대를 꾸린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선정 대학들은 약대 지원 의지가 강하고 부속병원을 비롯해 약학 실습, 교육, 연구 여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제약과 임상 같은 특화 교육과정을 제시하는 등 교육과 연구 여건 및 역량에서 우수했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1990년대부터 약대 필요성을 절감한 전북대는 2009년 약대 유치를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2014년 이남호 전 총장은 취임과 함께 본부에 약학대학유치추진단을 설치해 약대 유치를 최우선으로 추진해왔다. 
  2015년 신약개발연구소를 개소하고 각종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진행, 새로운 약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구를 지속하고 정보를 모았다. 국내 제약기업 및 약대 추진 대학과 협력하고 정치권 도움도 받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작년 11월 약대 정원 60명 증원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가 비수도권 약대 신설 대학을 공모하자 모두 12곳이 신청했으며 1차 심사 결과 3곳이 통과했다. 전북대는 1,2차 평가 점수를 더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걸로 알려졌다.
  전북대 김동원 총장은 “이번 성과는 우수 연구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 년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결과다. 이남호 전 총장을 비롯해 구성원들의 공감과 노력, 지역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한 뒤 “4차 산업혁명시대 천연물 기반 신약개발 분야를 선점하는 연구 중심 약사를 양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문을 여는 전북대 약대는 연구와 융합 중심 산업약사와 임상약사를 키우는데 전북에 기반을 두는 게 특징이다. 전북 인재들이 전북 자원을 거름 삼아 전북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세부적으로는 ‘인류 건강을 지향하는 글로벌 약학허브’를 비전으로 바이오 제약 글로벌 리더와 생명존중 약료서비스 전문가 즉 산업약사와 임상약사를 양성한다. 이를 위해 두 갈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신약을 개발할 산업약사를 양성하기 위해 통합교육, 제약경영 융합교육, 창업과 경영 역량 교육을 병행한다. 일단 신약개발 전 주기를 이해하는 통합교육을 마련한다. 경영, 금융, 기획 분야 교과목을 구성하고 제약회사, 연구소, 병원, 벤처캐피탈과 연계해 취업특성화 교육을 실시한다.
  환자들을 진료할 임상약사는 임상 및 병동 약료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을 임상시험전문의사, 약사가 있는 팀에 포함해 키운다. 학생들은 팀의료 안에서 임상약리 업무와 내용을 배운다. 
  대학이 배출한 산업약사는 지역 산업 생산액 중 큰 비중(20%)을 차지하는 농생명 기반으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 지역 소재를 고부가 가치화할 전망이다.
  더불어 지역인재전형으로 50%(15명) 선발하며 여기서 뜻하는 지역인재는 ‘부모가 전북 지역에 거주하는 자’다. 실제 전북에 사는 이들이 대학 졸업 뒤에도 지역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교육기반도 다지는데 약대는 메디컬 콤플렉스(복합의료산업단지) 일환으로 의대와 병원 근처 자리한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재배치하거나 확충하며 약제학 등 약대 교수를 23명(4년 간) 채용한다. 총 지원금액은 862억 원이다.
  전북대가 운영 중인 정읍산학연협력지원센터를 일부 확충해 이곳에서 일부 교육과정도 진행한다.
  나창운 기획처장은 “약대 정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 내 정원 조정은 규정과 오랜 공감대에 따라 마무리했다. 이후 과제는 우수한 교사와 학생을 유치하는 거다. 약대 초기에 집중투자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약대 신입생의 경우 2020학년도부터 PEET(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편입을 통해 모집한다. 편입(2+4)이 아닌 통6년제로 개편할 수 있는 2022학년도부터 수능으로 선발한다.  
 
 채한정 전북대 약대유치추진단장 인터뷰
추진단을 꾸린 2014년부터 지금까지 약대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채한정 단장은 ‘오랜 시간 체계적인 준비’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채 단장은 “약대 희망 대학이나 제약회사와 관계를 맺으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보를 축적했다. 거점국립대 약대 유치 필요성을 적극 알리기도 했다”면서 “기반이 탄탄하다보니 방향을 잡거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일이 수월하면서도 치밀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후 과제도 나눴는데 그는 “약사 사회가 약대 증원을 거세게 반대했고 우리로서도 개국약사가 포화 상태란 걸 알고 있다. 전북대가 오랫동안 준비하며 그들의 우려를 일부 덜기도 했으나 앞으로가 중요하다. 전북대 약대가 또 하나의 약국을 늘리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약대가 대학 나아가 전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전북대는 의대, 치대, 수의대, 자연과학, 농생명, 고분자와 나노, 화학공학이 다 있지만 딱 한 가지 빠졌어요. 바로 약대입니다. 약대가 생기면 관련 연구들이 수와 질적인 면에서 풍부해지고 신약 기반사업을 시작하는 등 대학 경쟁력이 달라질 겁니다.”
  채 단장은 “대다수 지역인재들이 지역산업인 농생명을 토대로 천연물 소재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거야말로 도내 저성장률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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