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900년부터 936년까지 전주를 중심으로 찬란한 문화를 빚어낸 후백제는 역사의 그늘에 서있었다. 유적의 중요성을 떠나 발굴유적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러

한 현상은 유적의 훼손을 부채질 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유적들도 묻혀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화는 역사의 자긍심을 넘어 문화의 자존심인 만큼 전주의

후백제 문화선양 사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동안 후백제 문화의 중심지, 전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유적 복원 사업이 흐지부지되고 있었는데, 국립전주박물관이 노송동 일원과 오목대 일원에서 도성의 흔

적을 확인했다고 한다. 천년 고도 전주의 위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증표다. 그동안 우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지 발굴에 소홀했다는 생

각이 든다. 특히 지난 1995년 5월 3차 발굴 사업을 마지막으로 동고산성 발굴 사업을 거의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후백제 궁성의 위치에 대해 반대산 일대의 고토성으로 보는 견해, 물왕멀 일대로 보는 견해, 동고산성으로 보는 견해, 전주부성으로 보는 견해, 인봉

리 일대로 보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었으나, 확실한 증거는 제시된 바도 없었다. 하지만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강점기 간행된 ‘전주부사’ 등 성읍

지와 지적원도, 1938년에 만들어진 전주시 도시계획도, 1948년부터 최근까지의 항공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 이번에 후백제 궁성과 도성의 실체를 확인했다.

여기에 오목대 일원에서 후백제 유적지가 발굴됨에 따라 서서히 후백제 궁성과 도성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후백제 궁성의 서벽으로 추정되는 전주영상정보진흥원 토축에 대한 시굴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또한 오목대 일원에서 시굴 조사되는 사업도 후백제의 문화유

적 복원은 물론 전주인들의 자긍심을 곧추 세울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조사이다. 이 조사는 도시화로 파괴되는 후백제 유적에 대한 관심과 함께 보존 여론을 환기

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학술대회 개최, 견훤 왕궁 건물 복원 사업, 진입로 및 주차장 시설 등 관광상품화 사업을 추진하는 전기가 돼 전

주가 후백제 문화의 그 중심지였음을 널리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시굴 및 발굴조사를 통해 찬연했던 후백제의 문화유산을 찾는 일이 전주인들이 할 일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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