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면모 오롯이

<국립전주박물관 ‘선비, 글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 이병재 기자l승인2019.04.04l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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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피첩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 공부에 대해서 글과 편지로 수없이 권했는데도 너희는 아직 경전이나 예악(禮樂)에 관해 하나도 질문을 해오지 않고 역사책에 관한 논의도 보여주지 않고 있으니 어찌된 셈이냐?…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려 하느냐? 영원히 폐족으로 지낼 작정이냐?…폐족에서 재주 있는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이 근본정신을 가리지 않아 깨끗한 마음으로 독서하여 진면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후략)”<다산 정약용 문집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자식 교육을 걱정하는 마음이 지금과 다를 것이 없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은 5일부터 6월 9일까지 특별전 ‘선비, 글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를 개최한다. ‘조선 선비문화’를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전주박물관이 그 일환으로 마련한 특별전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편지글을 통해 선비들의 다양한 감정표현과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이번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선비들의 애절한 우정을 보여주는 <담헌서(湛軒書)>, 정약용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하피첩(霞?帖)>(보물 제 1683-2호)과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 박지원의 가족에 대한 자상함이 엿보이는 <연암선생서간첩(燕巖先生書簡帖)> 등 총 70여 점의 편지글이 전시된다.
  전시는 크게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선비의 우정을 담은 편지를, 2부에서는 선비의 애정을 담은 편지를 만나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다양한 우정의 세계와 척독(짧은 편지), 중국 문인과의 교류 편지를 살펴볼 수 있다. 홍대용(1731~1783)이 중국 문인들과 나눈 시문은 <담헌서>에 담겼는데 이들은 척독을 통해 문학·학술·서적·금석문·서화 등 다방면의 교류를 이뤄냈다.
  2부에서는 조선 선비의 아버지로서의 면모와 아내에 대한 곡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하피첩>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에 아내 홍씨부인의 치마를 마름질하여 만든 서첩으로 아들에게 경계하는 말을 담아 남겼다. “(정약용이 아들에게)…너희는 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과 다름없이 항상 마음과 기상을 화평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하늘의 이치는 순환하니 한 번 넘어졌다고 일어나지 않을 것은 없다.(후략)” <연암선생서간첩>에는 1796년에서 이듬해 8월까지의 편지 33통을 담았다. 편지에서는 자식들에게 직접 고추장을 담그고 쇠고기 볶음을 만들어 보낼 만큼 자상한 박지원의 인간됨이 느껴진다. 다음 편지에서는 이전에 보낸 음식의 맛이 어떠한지 묻고 있으며 답신이 없는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드러내는 대목도 엿보인다.
  동시에 선비의 편지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영상, 선비의 편지를 대화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콘텐츠, 선비의 편지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체험 등이 마련되어 관람객에게 선비의 편지를 더 쉽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5일 오후 3시에는 ‘선비문화 아카데미’ 2차 강연이 개최된다. 이번 강연은 특별전과 연계하여 고려대학교 심경호 교수가 ‘선비의 간찰’에 대해 강연을 진행하게 된다. 선비문화 아카데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200명 선착순 회원을 모집하였으며, 총 8회에 걸쳐 격주로 진행되는 성인대상의 박물관 교육이다.
  천진기 관장은 “개인적인 기록물이었던 편지는 우리가 ‘고고하다’고만 생각했던 선비의 다양한 감정과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며 “서양에 신사도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선비 정신이 있다. 선비 정신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되살리고, 올바르게 이어 가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특별전을 마련한 만큼 도민들의 큰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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