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식(1919-1988)
일본에 정착한 재일 한국인 화가이다. 1919년 대구에서 출생하였으며, 일본의 니혼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937년 일본의 독립미술협회전, 1949년 이과회전에 현대적 표현주의 작품을 출품하여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곽인식은 전통적인 양화洋畵가 주류인 일본 미술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입체, 오브제 등 공간 전체를 다루는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1950년대에는 주로 초현실주의와 앵포르멜 미학의 영향을 받은 회화 작업을 시도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부터 화면에 유리 조각, 돌, 나무, 철판, 점토 등의 물질을 부착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모노파物派에 영감을 제공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일본 화지 위에 맑고 투명한 색상의 타원형 이미지를 그려내는 작업에 주력하였다.
▲무제
이 작품은 곽인식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화려한 채색 수묵 추상화 작업으로 198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전 시기 진한 검은 점들이 점차 농도가 흐려지면서 간간히 보이던 채색이 이 시기에 이르러 강렬하고 화려한 색점으로 화면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이 작품은 한지의 물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구겨진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앞뒷면에 찍힌 강렬한 색점들은 같은 색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색감을 드러내고, 다양한 색층이 화면 전체에서 중첩되면서 우연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작가의 계획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 그 자체의 고유한 물성을 탐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평생 과업이 1960년대 오브제 작업뿐 아니라 마지막 시기의 수묵채색화 작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읍시립미술관 20일까지.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