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요즘 주52시간 단축제도 시행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원수가 50명 정도의 규모라 당장 단축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받진 않지만 제도시행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대책마련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A씨는 "우리처럼 영세한 규모의 업체는 신입 사원 하나 뽑아 가르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지금 인력으로는 주52시간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임원들과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조업체 대표인 B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조업 특성상 납품기일을 맞춰야 하는데 현재 인원으로 단축시간을 적용하게 되면 기일을 못맞추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불량률이 늘 수도 있어 생산력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인 상황.
B씨 또한 "정부에선 준비할 기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1년도 안되는 시간 안에 주52시간 만으로 지금과 같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자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단축제도의 계도기간이 종료돼 이달 1일부턴 위반시 사업주의 처벌이 불가피해졌지만 여전히 도내 50인 이상 299인 이하 규모 업체들의 경우 제도의 인식조차 희미한 상황이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종업원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내년 1월부터는 종사자수 50인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전북 역시 1천4백여 개가 넘는 기업들에게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기업들의 3곳 중 1곳 이상이 단축제도에 대응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전주상공회의소(회장 이선홍)가 전북의 중소기업 8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업 의견조사' 발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대응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3%이지만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5.0%에 달해 3곳 중 1곳은 주52시간 근무시간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 발생하는 애로사항으로 기업들은 '외부 수요 변화에 대한 생산조절 능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응답이 38.8%로 가장 높았으며 '신규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8.8%)', '노사간 이해관계 충돌(21.2%)', '구인난으로 인한 인력부족(12.6%)' 이 뒤를 이었다.
응답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작업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라는 응답이 57.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유연근로제 활용(26.3%)', '교대제 형태 변경(20.0%)', '정부 지원제도 활용(15.0%)', '신규채용(7.5%)' 순으로 집계됐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노사 합의 시 연장근로 추가를 허용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응답기업의 52.5%로 과반을 넘었으며, 이어 '탄력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50.0%)', '연장근로수당 등 가산 임금 할증률 조정(28.8%)', '처벌 규정 완화(8.8%)', '특례업종 확대(7.5%)' 순으로 조사됐다.
이선홍 회장은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 근로시간 제도의 확대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완화 차원에서 정책당국은 한시적 연장근로 추가 허용과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기간 확대 등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주상의는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제도 정착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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