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연극의 힘을 보여주는 ‘제35회 전북연극제’가 9일 개막한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조민철)가 주관하는 이번 연극제에는 까치동, 마진가, 자루, 창작극회, 둥지 등 5개 단체가 참가하는데 모두 창작 초연이라는 점에서 전북 연극계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9일부터 13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매일 한 극단씩 공연을 이어가며 대상을 차지한 극단은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라북도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공연시간은 매일 오후 7시 30분.
  9일 극단 까치동이 ‘각시바우 사랑(정경선 작·연출)’으로 연극제 시작을 알린다.
  이 작품은 전주 서학동과 전주천 각시바위에 대한 이야기다. 각시바위 이야기는 전주천의 가장 대표적인 설화로 인근 서방바위와 함께 젊은 부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마을의 전설과 같은 정겨운 이미지 주요 줄기로, 극적인 재미를 살려 어른들이 보는 한 편의 동화처럼 만들었다.
  10일에는 극단 마진가의 ‘성동반점(장진수 작·유성목 연출)’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한 것이 아닌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삶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각자의 이유로 서로 대랍하는 모습을 주목했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오래 된 동네에서 50년 동안 목공소를 운영한 수미와 부동산 중개업자 부자, 성동반점의 사장 혜자가 주인공이다. 평범한 일상에 재개발이라는 파도가 밀려들면서 점점 시끄러워지는 동네의 모습을 그린다.
  극단 자루는 11일 ‘여름동화(오지윤 작·연출)’를 준비해 올린다.
  과거를 추억하는 부모 세대와 마주하고 싶은 자녀의 간절한 소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대화가 단절되어 가는 현재의 가족 모습 속에서 다소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판타지적인 상상을 가미한 작품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느날 주소가 적힌 쪽지만 달랑 남긴 채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한 여름이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12일에는 창작극회가 ‘아 부 조부(송지희 작·조민철 연출)’를 선보인다.
  나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삼대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원래 ‘나는 독립군 할아버지와 BC급 전범인 아버지를 양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라는 긴 제목에서 말해 주듯, 시대와 세대를 이어가는 격변기에 선대의 선택에 대한 반동으로 주어진 삶을 기어이 자기 방식으로 갈아내는 이야기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다름 아니다.
  극단 둥지는 13일 ‘돈키호테 택배기사(문광수 작·연출)’로 소통한다.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이다. ‘얼마만큼 살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삶을 이야기 한다. 자신들의 합리화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작품이다. 택배 기사로 일하는 천수. 모든 것을 투자한 주식이 오를까하는 간절함이 보이는 그 찰나, 주식이 대박상승세를 치자 환호를 지르는 통에 앞에 오던 화물차와 교통사고가 난다.
  심사위원은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 정초왕 전북대 독일학과 교수, 이행원 극단 크리에이티브드라마 대표.
  조민철 회장은 “전북연극은 지금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재도약을 준비하는 단계로 출전 작이 모두 다양한 소재와 참신한 접근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가 된다”며 “이런 모습을 격려해 준다면 전북 연극이 한국의, 세계의 연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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