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청와대가 올 2학기 고3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한데 대해 벌써부터 재원조달 문재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감들 사이에 심각한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2조원으로 예상되는 소요 재원의 50%인 1조원을 전국 시도교육청이 부담토록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중 현재 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과 비교 오히려 한 참 늦은 결정인 셈이다. 특히 입학금을 비롯해 수업료나 교과서 등을 예정보다 1년 앞당겨진 지원하게 되는 만큼 저소득층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좋은 정책이다. 정부의 책임교육 실천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가가 책임져야할 무상교육을 열악한 재정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일선시도교육청에 나눠서 부담하자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2학기 무상급식 소요예산부터 일단 시도 교육청이 책임져야 하는데 전북교육청의 경우 당장 하반기에 136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고교 신입생들의 교복비를 무상 지원하는 등 도교육청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면실시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14일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대통령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것도 자주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입장을 호소한 것이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에선 전면적인 고교무상교육 역시 포용적 사회보장체계 구축 확대를 위한 중요한 한 부분이란 점에서 현정부의 표퓰리즘 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시행시기를 앞당겼다는 말도 돈다. 소요예산 마련을 위한 확실한 대책도 없이 모자란건 지자체에 전가시키면 된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편의주의적 정책의 한 단면이 이번에도 확인됐다는 비난역시 적지 않다.
많은 국민이 원칙에 호응하는 정책인 만큼 일단은 따라야하는 것 아니냐는 묵시적인 공감대가 일선시도교육청에 형성되고는 있지만 반발과 거부의 불씨 또한 여전하다. 시도교육감들이 못하겠다고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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