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특수인 봄철을 맞았지만 도내 예식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적령기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을 비롯해 비혼에 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양육비 부담 등이 결혼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혼인건수가 급감, 도내 예식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도내 예식장업계에 따르면 최근 결혼계약 건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30%까지 감소했다.

전주시 A 예식장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계약건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예전 같으면 상반기 예약은 꽉 차고 하반기도 황금시간대는 예약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상반기도 3분의 2가량만 계약이 된 상태고 하반기는 반도 채우지 못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B 예식장 관계자 역시 "결혼을 하는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여전히 도내 예식장은 난립에 가까울 만큼 많아 모두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몇해전만 해도 성수기엔 토요일에만 20건 이상의 식을 치렀지만 지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예식장들은 임대로 전환하는 등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예식업계의 호황여부가 판가름되는 전주 완산구 웨딩거리는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한산해 불황의 기운이 얼마나 심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20년 넘게 영업을 이어온 한복집 관계자는 "전주에만 한복집이 수백개 된다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 불황은 그 어느때보다 심하다"며 "한복대여와 맞춤한복 모두를 다루지만 맞춤한복은 문의도 없어 아예 제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혼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 같냐는 질문에 "당장 내 딸 조차도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말 다 했다"며 "한복 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워 이불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IMF 때보다 훨씬 어려운 느낌이다"고 밝혔다.

귀금속가게 대표 역시 45년 넘게 운영을 해왔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이미 예물거래는 죽은지 오래다. 다들 서울에 가서 맞춰오기 때문이다"며 "폐업한 가게도 많고 저 역시 예물거래는 한 건도 하지 못하는 달이 수두룩 하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웨딩거리가 차없는 도로로 재편되면서 그나마 있던 고객들마저 접근이 어려워져 단골손님마저 끊길 위기.

지금은 사무실 겸 골목의 터줏대감으로서의 역할만 감당할 뿐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결혼·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혼인 건수는 7219건으로 전년보다 598건(-7.6%) 줄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13% 가까이 급감했다.

특히 혼인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조혼인율(1000명당 혼인건수)의 경우는 전국평균인 5에 한참 못미치는 3.9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해 도내 혼인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초혼연령 역시 2017년 남자 32.8세에서 33.4세로, 여자 29.7세에서 30.0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예식업계의 불황 타개를 위한 몸짓이 이어지고 있지만 위기 극복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주 C예식장 대표는 "이제는 제 살 깎아먹는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혼인율이 반등없이 줄어들기만 하는 현재 상황에선 불황이 쉽사리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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