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은 심장에 스승님들의 소리가 벌떡 벌떡 뛰고 있음을 느끼고 싶습니다.”
  동초 김연수 선생의 더늠을 다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소리꾼 차복순이 동초제 흥보가 완창에 나선다. 지난 2005년 이후 14년 만에 두 번째로 공개하는 흥보가 완창발표회다. 14일 오후 2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그에게 흥보가는 많은 의미가 있다. 흥부마을이 있는 남원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그가 스스로 장기로 삼고 있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또 제자들에게 반드시 한바탕씩 기본부터 띠어(가르쳐) 주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런 흥부가를 다시 완창하는 이유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다.
  “그동안 해 온 소리공부를 점검하는 자리입니다. (이일주)스승님이 계실 때 소리를 더 다듬고 싶습니다. 수궁가, 심청가를 완창 했지만 넓어지는 공부보다는 깊어지는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흥부가 완창에 다시 도전합니다.”
  전북도립국악원 지도위원으로 소리 외에 창극이나 크로스오버 공연도 많이 갖는 환경도 완창 무대에 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자신만의 것(조)이 생기면서 고민이 생겼다. 성음이나 표현력이 좋아 진 면도 있지만 발성 등에 과한 부분도 거슬렸다. 소리 순수성에 변화가 느껴졌다. 자신만의 것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올곧이 전승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깊다.
  그에게 소리는 전부다. 결혼 생활 속에서도 ‘가정 보다 소리가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몸이 아파도 소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그에게 행복은 어떤 것일까?
  “하늘같은 스승님의 더늠이 내 소리에서 발견될 때 정말 행복합니다. 동초제를 이어오지만 스승님마다 다 느낌이 다릅니다. 성음에는 이일주 선생님, 아니리에 오정숙 선생님, 목을 쓸 때는 동초 선생님이 제 몸에서 느껴집니다. 위대한 스승님의 소리가 저한테까지 내려왔다는 생각에 제 심장이 떨리고 제가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스승님 바디 속에 담겨있는 정신, 성음, 철학을 이어서 끌고 가고 싶습니다. 저를 관통하는 소리가 바로 동초제이기 때문입니다.”
  동초제에 대한 그의 사랑은 새삼스럽지 않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소리가 좋아서 시작한 공부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자신의 소리를 완성해 가면서 제자들을 길러내는 선생님의 위치에 서있다. 완창을 준비하는 자신에게 베풀어지는 제자와 주위 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고맙기만 하다고 한다.
  완창발표회 고수는 조용안 전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이, 사회는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이 맡는다.
  조통달 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은 “차복순 단원은 동초제 다섯 바탕을 모두 마친 실력파로 그 가운데 흥보가를 가장 잘한다. 특히 동초 선생 소리의 독특함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동초 선생의 떠는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는 아마 유일한 제자로 생각된다”며 “소리 실력과 함께 성실함도 갖춰 더 훌륭한 소리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격려했다. 
  전북대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문학석사를 마쳤다. 전북대 대학원 음악학과 박사 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00년 10월 임방울국악제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이후 동초제 심청가를 완창 했으며 2012년 동초제 수궁가와 2013년 동초제 춘향가(전편) 발표를 마쳤다.
  ▲동초제란?
  동초 김연수(1907~1974) 명창이 여러 스승들 문하에서 익힌 소리를 다듬어 확립한 소리제. 동초는 매사에 철두철미했고 확실한 사설, 확실한 발음을 추구했고 자신만의 확실한 창본을 정리했다. 또 자유분방했던 옛 판소리를 근대 청중의 취향에 맞게 정형화 시켰다. 그리고 정형화된 소리제를 갈고 닦아 거의 실수 없이 확실하게 대중에게 감동을 전달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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