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갤러리 숨의 테마기획전 ‘Father, BoyFriend, Husband and My son’에서 어떤 이의 누군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우리를 우리(cage)안에 가두는지 보여주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던 이길빈이 첫 개인전을 갖는다.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의 기획초대전 ‘PLATFORM(플랫폼) 2019’ 두 번째 전시다.
  전시 제목은 ‘꼬깃 꾸깃 접힌 마음 모양을 이쪽 저쪽으로 해쳐 보면은’이다. 해석도 쉽지 않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주제다.
  “여덟 살의 나는 어떤 날에 문득 손바닥을 지긋이 들여다보았다. 조그마한 반점이 있었다. 그것은 투명하지만 투명하지 않은 희미하고 오묘한 반점이었다. 나는 반점을 잊고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다시금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날이 왔다. 하나뿐이던 조그맣고 투명한, 그렇지만 투명하지 않은 내 반점은 손바닥 가득 알알이 번져있었다. 언제, 어떻게 그들이 번식하게 된 건지 나는 알 길이 없었다.”<작가노트>
  그는 개인이 가진 결핍들을 드러내놓고 들여다보는 작업을 한다. 기억 안에서 제각기의 모양으로 구겨진 덩어리들이 쌓여 만들어진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 방치된 푸서리를 계속해서 되뇌어 언제든 편안히 걸을 수 있도록 잘 다져진 땅을 만든다. 끊임없는 기억의 소환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하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고행하듯 이야기를 짓고 그 안에 중첩된, 그러나 새로운 기억들을 채워 한 올 한 올 그려나간다.
  자신의 이야기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어쩌면 먼지로 가득한 바깥으로의 환기에 불편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조금은 다정한, 썩 괜찮은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주길 빈다”고. 전시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군산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2011년 자화상전(서신갤러리)을 시작으로 수십여 회의 단체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그릏고 그른 맘1,2,3_72.7×100.0cm_Mixed Media_2019
마음모1,2,3_80.0×240.0cm_Printed on Linen_2019
반점의 방_단채널영상_00.03.40_2019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