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부터 1871년까지 계속됐던 ‘병인박해’는 순교자만 8,000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천주교 사상 최악의 탄압으로 기록된다. 이때 천주교인들은 조정의 박해를 피해 진안 등 전북 동부 산간지대에 많은 교인들이 들어 왔다. 이후 박해가 약해지면서 공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천주교인들은 자연스럽게 공소에서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이어 갔다.
  이렇듯 공소란 성당보다 작은 단위로서 주로 신자수가 적고 주로 외지에 위치해 있다. 신부가 상주하지 않아 성체 예식은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공소회장을 중심으로 영성체외의 종교적 행사는 진행되므로 외곽지역 신자들의 신앙의 터가 되는 곳이다. 특히 평신도에 의해 이루어진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로 볼 때 평신도에 의해 세워진 공소는 천주교 역사의 근본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신앙공동체(공소)는 ‘친교와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이자 우리 고유의 문화와 이념이 수용된 토착 종교의 이상을 엿볼 수 있다. 농번기에는 농사일을 함께 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교우들과는 나눔을 통해, 마을에 어려움이 닥칠 때는 모두가 함께 나서 해결하는 등 매우 독특한 환경 속에서 신앙을 키워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는 1970년대 말에 생긴 농민공동체와 연결되며 사회·정치적으로 만연한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고, 독재시절 치하에는 민주화운동에 함께 함으로써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진작가 김주희의 ‘공소순례’전은 작가의 주관적 시각을 기록한 작업들이다. 3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공소의 빛, 사물, 내외부 환경, 인물 등을 다큐적 형식을 빌어 표현했다.
  천주교 신자로서 ‘성당의 빛’을 촬영하던 그는 공소를 소재로 작업에 나섰고 이번 전시는 전주근교 외곽지역의 ‘천주교 공소’를 소재로 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전북지역 96개의 공소 중에서 60여 개 이상을 촬영했다. 사진 속에는 공소 건물의 외관과 실내 환경 및 소품, 폐허가 된 공소의 흔적과 신도들의 초상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김주희는 빛의 공동체인 공소를 빛의 예술인 사진 속에서 유지시킨다. 농촌에 남아 있는 공소의 외형과 내부는 그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닮았다. (중략) 김주희는 사진을 통해 결국 진리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탐구를 통해 추구할 수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구원의 참된 의미는 어쩌면 인간 존중, 인간 평등의 한 모습이 아닐지, 남아 있는 공소를 통해 빛으로 일군 공동체의 이상향을 생각하게 된다.”<최연하 사진평론가>
  전시는 5월 1일부터 19일까지 전주 서학동 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는 4일 오후 4시.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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