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한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불교를 통해 한지의 지난날과 우수함을 가늠하고 한지를 보며 불교문화 걸음걸음을 마주할 수 있다.

가령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탑 속에서 1천 200여년을 보내고도 형체를 유지했다. 당시 우리 제지 기술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부처님 전에서 전주 한지를 마주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일 거다.

(사)전주한지문화산업연구소(소장 이유라 전주대 문화산업대학원 교수)가 주관하고 선운사, 전주대학교, 전라일보가 후원하는 전시 ‘부처님 전에 천년 한지를 담아내다’가 4일부터 12일까지 고창 선운사에서 이뤄진다. 개막식은 첫 날 오후 2시.

12일 부처님 오신 날 즈음, 절에서 천년고도 전주의 예술 한지를 알리고 과거 명성을 되찾는다. 도솔산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은 “모든 불자들이 편안하고 부담 없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택한 방식은 전통과 현대를 따로 또 같이 선보이고, 작품을 보일 뿐 아니라 제작과정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에는 새롭고 추상적인 한지 현대조형작 50여점과 전통한지공예 50여점, 프리미엄 한지수의, 반려동물 한지수의 및 장례용품 모두 120여점이 자리한다. 과거 한지를 오롯이 드러내면서 한지를 오늘날 어떻게,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시험한다.

전시장에서 진행하는 체험으로는 한지 연꽃부채, 전통한지공예, 한지 카네이션, 한국화 퍼포먼스, 캘리그라피 방향제 만들기가 있다. 참여작가는 이유라 강수영 김금비 김옥영 김정희 김혜원 마진식 서재적 소진영 위선옥 한아름 11명이다.

이유라 교수는 “한지는 단순하고 소박하며 소탈한 멋으로 삶을 수놓는다”면서 “또한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마지막 지혜를 담고 인간의 모자람을 꾸짖으며 내면을 정화하는 등 한 세상 덧없음을 드러낸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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