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념하는 ‘뉴트로 전주’가 주목받고 있다. 영화제를 대표하는 기획 프로그램이었던 ‘디지털 삼인삼색’과 이름을 바꾼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대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폐막 4일을 남기고 이들 감독들의 일부 작품을 소개한다.
  ▲로호(9일 오후 4시 30분. CGV2)
  1970년대 중반, 한 이방인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그는 레스토랑에 앉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유명 변호사 클라우디오를 비방한다. 마을 사람들은 클라우디오를 옹호하며 이방인에게 모욕을 준 뒤 그를 쫓아내기에 이른다. 같은 날 늦은 저녁, 이방인은 끔찍한 복수를 결심하고 클라우디오와 그의 아내 수사나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  로호’는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이전 두 영화(‘공포의 역사’, ‘엘 모비미엔토’)에 비해 대단히 새로운 도전이다. 정치적 상상력과 영화적 수사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여전하지만, 서사의 긴장과 장르적 모험은 전에 없던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을 바탕에 깐 이 우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내러티브와 스타일을 부유하게 하는 지정학적 은유이다.
  ▲파고(9일 오전 10시 30분. M6)
  섬에 파견된 경찰관 연수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목격한다. 어릴 적에 부모를 잃은 채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아 소녀 예은과 청년들의 수상한 행동은, 이혼한 후 아이와 함께 이곳으로 온 여성 경관 연수에게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인간의 지독한 욕심과 이를 둘러싼 파국의 드라마를 일관되게 담아온 박정범 감독은 인간의 죄의식과 구원의 가능성에 관한 지독한 탐구를 또다시 선보인다.
  ‘파고’는 폐쇄적인 섬마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주는 박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이미 공개된 TV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적 호흡과 길이를 통해 인물들 사이에 놓인 죄의식과 탐욕에 관한 드라마를 선보인다. 인간이 지닌 욕망을 비틀어 보이는 관심사는 ‘무산일기’(2010), ‘산다’(2014)를 통해 꾸준히 탐구되어 온 세계다.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연수의 딸과 예은이가 서로 끌어안는 순간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적인 현실을 직시한다.
  ▲보물섬(9일 오전 10시 30분. CGV2)
  어느 여름날, 파리의 교외에 자리한 휴양지. 모험, 추파 그리고 소소한 위법이 벌어지는 이곳은 일상으로부터 숨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해변과 더불어 곳곳에 숨겨진 장소들이 즐비한 이곳은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동심의 왕국처럼 보인다. 혼란으로 얼룩진 오늘날의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기욤 브락 감독은 “나는 보물에 대해 모른다”라고 한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글을 인용해 이야기를 열면서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묘사한다. ‘보물섬’은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이민자를 포함해 파리의 거주자들이 보내는 망중한은 단순한 기록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 기욤 브락은 둔감한 흥분, 두려움, 그리고 어린애 같은 치기와 반란, 멜랑콜리에 관한 비범한 표현을 통해, 결코 단순하지 않은 섬세한 재능을 증명한다.
  ▲로스앤젤레스(10일 오후 5시 30분. CGV5)
  영화는 캘리포니아의 가장 오래된 고속도로 중 하나인 110번을 추적해간다. 태평양과 인접한 산가브리엘산에서부터 출발하여 인근 공동체들을 드러내고 경계 지어간다. 35마일 길이의 아스팔트 도로와 함께 지역사회 기반시설, 공공 건축들을 조망하는 이들의 여행은 기동성, 기술, 그리고 도시 공간의 이분법을 강조한다.
  타임 랩스 이미지들의 태피스트리를 보여주는 ‘로스앤젤레스’는 ‘도시 교향악’ 장르로 분류될 수 있다. 다채로운 도시 이미지의 나열을 따라가면서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표현 요소들을 이어붙인다. 애덤 R. 러빈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피터 보 라프문드 감독은 전작 ‘토포필리아’(2015)에 이어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긴 라인을 따라 지리학적 탐사를 지속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