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어버이날이 다가왔지만, 마음 한편에 미안함을 가지고 고개를 못 드는 이들이 있다.

금전적인 문제와 취업불안감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어버이날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어버이날을 앞둔 7일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하 모 씨(32)에게 속사정을 들어봤다.

행정직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하 씨는 공무원 시험을 4년째 준비 중인 장수생이다.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본인이 장수생이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1~2년만 공부하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뛰어 들었지만 현실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냉정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하 씨는 부모님 얼굴 보기에 면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어버이날이 와도 내가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서 자괴감이 든다”며 “빨리 합격하는 것이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지만 요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내 자신에게도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험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나이도 있고 이번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당장 취업 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뭘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서 고민이 크다. 부모님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주시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또 다른 공무원 준비생인 정 모 씨(30)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다니던 직장에서 잘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게 올해로 2년째라고 했다.

직장을 다니며 모아둔 돈은 인터넷 강의료와 수험서, 그리고 수험생활을 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대부분 써버렸다. 최근엔 돈을 아끼려 편의점 김밥 한 줄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땐 어버이날 크진 않지만 용돈과 선물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곤 했지만 지금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씨는 “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하자 부모님께서 많이 응원해 주셨다”며 “공무원을 준비하는 동안 부모님께 해드린 것이 없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올해 합격해서 부모님께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송종하기자·song3316@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