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여행

오피니언l승인2019.05.22l15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황석현 전기안전공사
 
 
 여행은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더구나 패키지여행이라면 일정이 정해져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자유여행이라면 다르다. 그 준비과정으로 인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연히 자유여행의 기회가 생겼다. 동료 직원이 대만으로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해외여행을 생각해보긴 했지만 준비과정이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던 참이었다.
 무엇보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동료 직원이 해준다고 한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였다. 동료직원이 한입으로 두말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비행기표와 숙소를 단번에 예매했다.
 너무 쉽게 여행을 가려고 한 탓일까? 뜻밖의 장애물이 생겼다. 출발 1주일을 앞두고 동료직원이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 갑자기 상급기관에서 감사 통보가 왔기 때문이다. 직원이 속해 있는 부서가 수감 대상이라 절대 빠질 수 없었다. 그 직원만 믿고 아무 준비 없이 출발할 날만 기다렸는데 몹시 난감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뜻하지 않은 감사라는 돌풍 때문에 기대했던 여행을 취소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혼자 여행을 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중국어나 타이완어를 전혀 할 줄 몰라 의사소통부터 문제였다.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하자니 비행기표와 숙박비용으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결국 혼자 대만으로 떠났다. 경쾌해야 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한국과 멀어져 간다. 며칠 뒤에 다시 올 내 나라이지만 쉽사리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홀로 가는 여행은 장점이 많았다. 지도에 의지하며 미로 같은 골목길을 가로질러 타이페이 시내를 샅샅이 탐험했다. 강도 높은 일정이었다. 동행자가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패키지여행에서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을 원 없이 걸어 다니면서 경험했다.
 생각보다 언어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택시를 이용할 땐 목적지는 관광지 리플릿을 보여주었고, 로컬식당에서는 음식 그림을 가리키면 주문이 되었다. 굳이 현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했다.
 일정을 마치고 들어간 숙소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방은 좁았지만 아늑한 침대가 있었다. 타국의 적막함이 감도는 방안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건 TV 뿐이다. 뜻을 알 수 없는 중국어가 나오는 채널사이로 외화를 상영하는 채널을 찾았다. 비록 자막은 중국어지만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접할 수 있어 무료함을 달랠 수는 있었다.
 온종일 걸었더니 다리가 피곤했다. 침대에 누워 방문했던 곳, 먹었던 음식 사진을 SNS에 올렸다. 누군가가 SNS 계정에 글을 남겼다는 알림이 뜬다. 옛 직장 동료인 ‘아키’양이 남긴 글이다. 뜻밖이었다. ‘아키’양은 내가 호주에 있을 때 같이 일을 했던 일본인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사귀던 대만 남자 친구와 결혼하여 현재 타이페이 시내에 살고 있었다.
 길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더라도 이렇게 반갑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메신저로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며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대만 통신사에서 임시 휴대폰 번호를 받아놓은 것이 아키양을 만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날 그녀와 만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났다. 그녀와 같이 나온 지인도 이렇게 외국 친구를 다시 만나는 걸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타국인 호주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대만에서도 빨리 적응한 것 같았다. 낯선 이곳의 문화도 후덥지근한 기후도 그녀는 즐기고 있었다. 반가운 그녀와의 만남으로 대만 여행은 탄력을 받았다. 더 이상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다.
 직장동료의 사정으로 홀로 떠나게 된 여행이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움이 많았다. 옛 직장동료를 만나기도 했고 나 홀로 즐기는 여행의 맛도 경험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되는 인생의 메커니즘도 느꼈다.
 인생은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다. 그 만남을 통해 수많은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다. 이번 나 홀로 여행 덕분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날 인연들이 기대가 된다. 가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 나홀로 여행을 하련다.

오피니언  opinion@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전라일보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5038]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75  |  대표전화 : 063)232-3132  |  팩스 : 063)284-070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 동 성
Copyright © 2019 전라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