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은 뭘까. 민주시민교육은 어떻게 하는 걸까.

교원 100명이 100가지 대답을 내놨다. 관련 경험과 방법은 차고 넘쳐 3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마무리 짓지 못할 정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들의 순간순간이야말로 민주시민이 뭔지,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을까.

전라북도교육청은 9일 오후 2층 강당에서 ‘민주시민교육, 100인 100색 교원 원탁 토론회’를 열고 교원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시민교육과 실현방안을 물었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려는 건데 우리는 여전히 민주시민과 그 교육을 선명히 말하고 현실화하기 어렵다.

때문에 도교육청은 3월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고 안착을 위한 TF를 운영 중이다. 해당 교육에 대한 전북 교원 인식을 설문조사, 그들 생각을 살핀데 이어 토론회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한다.

도교육청 최순삼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은 토론에 앞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꾸준히 해온 혁신학교, 학생인권, 학교자치도 교육 안 아울러야 한다. 명확한 진단과 교육현장 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이 자리를 통해 교원들이 의식을 전환하고 학교에서 해야 할 일, 교육할 때 갖춰야 할 것들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승환 교육감은 “민주시민이란 극한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놓지 않는 힘 아닐까. 교육 핵심을 나에게 묻는다면 ‘너는 너로서 가치 있다’ ‘너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라고 답하겠다”며 “전북 민주시민교육이 완전 수 100도까지 가도록 선생님들 지혜를 모아 달라.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내려놓고 가져갈 것에 집중하다면 예상 못한 선물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참여를 희망한 도내 초중고 교원 100명이 15개 원탁에 둘러앉았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노련한 진행 아래 교장, 교감 같은 계급장(?)을 떼고 모둠별 논의를 시작했다.

퍼실리테이터가 던진 화두는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민주시민교육을 위해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정책▲민주시민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책 지원이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과 배려, 다양한 집단 간 타협과 협상 그리고 존중과 소통, 참여와 결정, 자기 주도성과 협력, 주체적인 자발적 참여 등 으레 떠오르거나 익히 아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특히 주체, 책임, 참여를 가장 많이 떠올렸으며 다양성, 행동, 실천도 여럿 발언했다. 비교적 비슷하게 인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관련 현황도 이어졌다. 한 교사는 “한 학생이 말하길 자신이 주체적 결정을 못한다고 친구들도 못할 거라 하더라”고, 다른 교사는 “작년부터 민주시민교육을 하면서 남북분단을 다뤘다. 아이들이 스스로 속한 공동체가 어떤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민주시민교육의 가치와 의미로 향했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책임 지는 공동체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 실제적인 권한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즉 책임 있는 시민성을 함양하는 것, 주체가 스스로 주체임을 깨닫고 참여와 실천으로 이끄는 것으로 모였다.

윤곽이 드러난 민주시민교육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교육을 위해 학교와 선생님에게 필요한 정책으로는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경험하는 교원연수와 교육과정 자율성, 업무간소화, 예산 확보 등 교육 기반 조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교육 우수사례 공유도 나왔다.

어떤 교사는 “학생들을 다른 사람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자기 결정에 상처받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교사인 나부터 민주시민이 돼야 할 것”이라며 “고민이 크다. 이 교육이 참 좋은 건 알겠는데 기준이 모호해 긴가민가할 때가 많다. 교육이 실제 가능할지, 인식이 부족한 아이들이 내 말을 따를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다른 교사는 “진짜 우리가 변해야 한다. 교무회의에서도 자기 의견 말 안 하지 않나. 회의 진행방식 같은 것도 연수 신청해서 경험해볼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는 학생자치기구인 학생회 내실화와 권한 확대를 거론했다. 그들이 직접 해 본다면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을 거란 이유에서다.

작게는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한 공간, 예산, 시간을 마련 및 확대하면서 크게는 그들의 학교운영위원회와 교무회의 참여권, 발언권, 의결권까지 보장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한 교사는 “애들 동아리 지도교사인데 뭘 하다 안 되면 꼭 찾아온다. 그럼 ‘그걸 왜 선생님한테 물어, 애들한테 물어’라고 답한다”며 “우리도 그렇지만 애들도 위에서 지시받는 게 몸에 밴 거다. 변해야 한다”고 전했다.

몇몇 교사도 “학생들 하는 거 보면 허술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하다보면 바뀌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다려주는 게 맞다”며 공감했다.

초반 분위기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생각을 전하던 이들은 언제부턴가 목소리를 높였고, 일어나거나 적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만의 내밀하고 생생한 얘기가 넘쳐났다.

선생님들은 원탁토론을 남다르게 기억한다. 한 선생님은 “토론과 간담회를 넘나들며 주제도 계속 벗어났다. 그래도 말할 기회가 적었던 교사들은 세 시간 내내 말하기 바빴다. 온건한 방향으로 교육하고 싶은 속내도 드러냈다”고 했다.

다른 선생님은 “학교급, 직급, 세대를 아우른 모둠구성이었다. 이 중 자기 세대 민주시민교육관을 열정적으로 피력하던 젊은 교사가 무척 인상 깊었다”고 되뇄다.

무엇보다 이날 나눔의 결과물이 학교 현장과 학생들 삶 속에 스미길, 숨 쉬듯 일상이 되길 그들은 바란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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