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125년 만에 전주 완산공원에 조성된 동학농민혁명 추모공간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동학농민혁명은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수립,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만든 출발점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사건이다. 동학농민혁명은 프랑스 대혁명 등 근대사에서 민중들이 일으킨 세계적 혁명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동안 기념사업 등이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동학농민혁명이 국가적 사업으로 크게 지원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자체별로 전적지와 승리 기념일도 달라 여론이 통일되지 못했던 이유도 크다. 이번에 안치되는 농민군 지도자의 머리뼈 역시 지난 1995년 일본에서 발견해 국내로 모셔졌으나, 전북 정읍 황토현, 고창부안, 김제, 전주, 전남 진주 등의 의견대립과 자치단체의 미온적 태도로 23년간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됐었다. 이번에 안치될 유골은 동학농민혁명 최초이자 최후가 될 유골로, 이제는 후손된 도리로 안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려 안장식을 갖게 된 것이다. 전주는 고부에서 봉기한 동학농민군의 목표인 전라감영의 소재지이자 전주성 입성 후 '전주화약'을 맺어 각지에 집강소를 설치했던 사건의 역사적 지역이다. 이에 전주는 대한민국 역사상 관·민 협치가 실현된 유일한 곳이자 동학농민혁명의 꿈과 좌절의 역사,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이다. 이제 전주시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역사적 가치 또한 바로 세우려 하고 있다. 전주시는 유골 안치를 위해 동학농민혁명 주요 전적지인 완산공원과 곤지산 일대에 기념 공간을 조성하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또한 전주시는 이곳에 유골을 안치시킨 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및 전북대학교와 함께 역사적 의의를 되찾는 연구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기념사업도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여타 지자체는 동학농민혁명의 의의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이제 전주에서 이뤄지는 일에 화합하고 응원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들이 동학농민혁명의 진정한 의의를 깨닫게 되고, 동학농민혁명이 세계사적 혁명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다시 한 번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전주 안장을 환영하며, 후손으로서의 도리를 조금이나마 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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