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육대회가 욕설과 폭언이 난무하는 등 아동학대로 얼룩졌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의 경기장 및 숙소 인권상황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를 위해 15개 체육관에서 실시된 12개 종목의 경기를 관찰하고 선수들의 숙소 상황을 점검했다.

조사결과 코치나 감독 등은 초·중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경기에서 뒤처지거나 패배했다는 이유로 경기 중, 작전타임 혹은 경기종료 후 고함, 욕설, 폭언, 인격 모욕 등 행위를 경기장과 그 주변에서 서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 새끼, 똑바로 안 뛰어” “지금 장난하냐? 왜 시킨대로 안 해” 등 지속적으로 화를 내며 선수를 질책하고 불안감을 조성한 일례를 들었다.

이 같은 행위가 일반 관중, 학부모, 다른 선수와 지도자가 지켜보는 중에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면서 일상화된 ‘코칭’이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남성 심판이나 코치가 여학생의 목이나 어깨를 껴안고 이동하는 행위, 일부 경기 위원이 규정과 달리 중학생 선수의 허리를 잡는 행위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 역시 경기장 주변에서 목격됐다.

초·중학생 1만7000여명이 참여한 대회에 이들이 투숙한 숙박시설, 체육관 시설 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현장조사단이 기간 중 방문한 3곳의 모텔 가운데 욕실 문이 없고 욕조가 그대로 노출된 소위 ‘러브호텔’ 용도의 시설도 확인됐다. 해당 시설에는 여성 보호자 없이 남성 교사가 초등학교 여자선수 10명을 인솔해 24일부터 27일까지 머물렀다.

인권위는 사전훈련을 포함해 최대 일주일까지 숙박시설에 투숙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여성 보호자가 없는 경우 성폭력 사건의 예방이나 대처가 어려울 수 있음을 지적했다.

체육관 시설의 경우 경기가 진행된 15개 체육관 가운데 5개 시설만 탈의실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영장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에서는 탈의실을 이용하지 않거나 사용이 불가능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선수들은 숙소나 차량에서 환복을 하고 경기에 임하거나 경기장 화장실 또는 복도, 관중석 등 노출된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아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축제라는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종목별 전국대회 등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면서 “인권위는 이를 토대로 아동 참여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위한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인권지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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