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화 국민연금공단
 
점심식사를 한 후 무작정 산책을 나섰다.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너무 좋아 보여서다. 5월이라고 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출근할 때 와 닿는 아침공기가 만만치 않게 차가워서 산책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볼까?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니 사무실 근처나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왔는데, 발길이 근처 초등학교로 향하는 것이다. 사무실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인근에서 가장 큰 초등학교이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는 곳이어서 그런지 창밖으로 보이는 그곳은 날씨가 우중충한 날 조차도 밝게 보였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읍지역 소재지에 위치해 있다. 시골이지만 많이 발전이 되었다. 최신 프랜차이즈 상점이 많이 생겼다. 그 사이 사이로 7.80년대 풍의 오래된 상점도 있다. 소도시 가게의 풍경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다. 어색해 보이기도 하련만 현재와 과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프랜차이즈 상점보다는 오래된 상점이 더 정감 있게 느껴진다. 별다른 볼일 없이도 불쑥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오래된 가게만큼 늙수그레한 주인과 인사를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하나 사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앞에는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나 즐겨 찾았던 분식점이 몇 곳이 있었다. ‘나나분식, 또와분식...’ 오래되고 촌스러워 보이는 초록색 간판의 ‘또와분식’이 보였다. 고개를 내밀어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가게 양옆으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과자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고, 중앙에 있는 큰 테이블 위에 떡볶이, 만두, 튀김 같은 각종분식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잠시 뒤면 이곳은 하교하는 초등학생들로 북적거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국민학교 시절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먹던 모습을 상상을 해 보았다. 그때 먹은 떡볶이는 참 맛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떡볶이 한접시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었다. 어떤 산해진미도 떡볶이 이상은 없었다. 점심을 먹었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몇 개를 사먹었다. 배가 부른 탓도 있지만 옛날 맛이 나질 않았다.
 분식집 맛보기를 끝낸 후 초등학교로 향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운동장은 흙으로 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우레탄으로 되어 있다. 달릴 때 무릎에 충격이 덜 받고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여자아이 남자아이 모여서 놀고 있다. 무슨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함성이 들려오고 웃는 소리가 운동장을 넘어갔다. 시골 아이들답게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무척이나 건강해 보였다.
 운동장 가장자리로 눈을 돌렸다. 나무 그늘이 있고 다른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재잘대며 모여 있었다.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가 궁금했다. 슬그머니 그쪽으로 다가 가니 웬 어른인가 싶어 선생님인줄 알고 몇몇 아이들이 넙죽 인사를 한다. 머쓱하게 인사를 받고는 그 옆에 서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을 했다. 숙제를 하는 아이, 게임을 하는 아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아이...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하고 있다.
 그중에 한 꼬마가 자기보다 훨씬 나이도 많아 보이고 덩치도 큰 아이에게 반말을 하며 마구 대어든다. 버릇없는 개구쟁이처럼 보였지만, 덩치 큰 아이는 웃으며 받아준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덩치 큰 아이도 다 알고 있다는 듯 기분 좋게 아이의 반말을 받아준다. 개구져 보이는 그 아이 주위로 다른 아이들이 빙 둘러 에워싸서 앉아 있는걸 보니 아마 인기가 많은 녀석인 것 같았다. 부러운 녀석...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다 귀여웠다. 이래서 예전에도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을 예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아이들이라 그런지 다들 건강하고 활달해 보였다.
 발길을 돌려 운동장 한 바퀴를 마저 돌고 빈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았다. 물이 올라 초록잎이 싱그러운 나무사이에 파란하늘이 빛나 보인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 초등학교 산책을 마무리하고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앞으로도 종종 점심시간에 초등학교 산책을 해야겠다. 상큼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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