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당나라에 고구려의 위세를 떨쳤던 연개소문은 죽음을 맞아 자식들에게 절전지훈(折箭之訓)을 당부했다.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 듯이, 혼자서 힘든 일이라도 형제가 서로 힘을 합쳤을 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필자는 ‘절전지훈’의 의미가 자치분권 시대에 새롭게 해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방자치단체 간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지역발전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지방자치는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고, 1995년 민선시대가 본격 시행된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정구역 내에서 주민수요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시책을 추진하면서 우리의 지역을 놀랍도록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바로 행정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감소의 위기, 교통·환경 등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광역행정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지자체들은 더 이상 혼자 힘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자체들 역시 더 이상 독자적인 발전전략이 아니라,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전북지역 내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살펴볼 수 있다. 바로 정읍시, 부안?고창군이 추진한 ‘서남권 추모공원’ 조성이다. 이들 3개 시군은 화장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정읍시에 광역화장장인 ‘서남권 추모공원’을 공동으로 건립하고, 지난 2015년 11월 개원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변지역과 갈등도 있었지만, 미래발전을 위해 상생하는 방향을 함께 모색하면서 인근 김제시의 참여도 이끌어 성공적인 협력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 사례도 있다. 전북 무주군?경북 김천시·충북 영동군에서 공동 추진하는 ‘산골마을 의료?문화 행복버스’ 운영이다. 3개 시군은 삼도봉 산골마을 주민들의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삼도봉생활권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삼도봉 생활권 주민들에게 맞춤식 검진버스와 영화 상영 등을 제공하는 ‘산골마을 의료?문화 행복버스’를 운영하면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간 협력을 보다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지자체 협력에 대한 지원근거를 신설하였다. 둘째, 행정협의회 설립절차 중 지방의회 ‘의결’을 ‘보고’로 간소화하여 지자체 간 공동문제 해결을 협의하기 위한 행정협의회 구성 활성화를 도모하도록 하였다. 셋째, 광역행정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정안은 갈수록 행정구역을 초월하는 광역행정수요에 지자체 간 협력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요를 반영한 것이다. 지자체 간 협력으로 환경?체육시설 등 지자체 간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하여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지방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지방행정을 그려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치분권의 흐름 속에서 지자체 간 협력관계 정립에 대한 관심이 다소 부족했던 점도 사실이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이 지자체 간 협력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자치분권의 결실이, 지자체 간 협력의 성과가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지자체 간 협력이 지방자치의 중요한 지향점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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