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적 동반자이자 여성운동가, 민주화운동가로 살아온 이희호 여사가 2019년 6월 10일 밤 11시37분경 향년 97세의 나이로 소천했다. /사진=김대중문화센터 제공

여성권익신장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밤 소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 중 이 여사의 별세 소식에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민주주의자였다. 오늘 한 명의 위인을 보내드린다”고 SNS 메시지를 통해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며 하늘 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주시리라 믿는다. 부디 영면하시라“고 적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ㆍ인권, 평화통일을 위한 정치적 동지였던 이 여사는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회, YWCA를 거치며 여성지도자 양성과 여성권익 신장에 앞장섰다. 김대중 정부의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부 신설 등에 기여했고, IMF 외환위기 시절 결식아동을 위한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을 창립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북한 어린이 돕기에 나섰고, 이후 2015년에도 김정은 위원장 초대로 평화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평양에 찾았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을 대통령 기념사업 기금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 여사의 장례는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와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 그리고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맡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ㆍ자유한국당 황교안ㆍ바른미래당 손학규ㆍ민주평화당 정동영ㆍ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가 고문단으로 참여한다.

고인은 오는 14일 서울 신촌 창천감리교회에서 장례 예배를 마친 후 서울 동교동 사저를 들러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수석급 12명도 11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 실장은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우리 시대 큰 어른”이라며 “여성운동의 선구자셨고 무엇보다 분단을 아파하신 그런 분”이라고 조문 후 소회를 밝혔다.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이 여사의 별세 소식에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바로 다음 날 김정은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전을 보내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이날 빈소를 조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측에 부고를 전달했다고 밝혀, 만약 북한 조문단이 방남할 경우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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