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은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고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는 국민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적극적 평화’인 동시에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는 ‘이웃국가의 분쟁에 기여하는 평화’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 참석해 ‘국민을 위한 평화’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7년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내놓은 베를린 구상 이후 2년 만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담은 ‘오슬로 구상’은 한반도의 평화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닌 국민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이날 역사상 최초로 북미정상이 손을 맞잡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두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차 북미회담을 기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름답고 따뜻한 친서를 보냈다고 공개하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와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를 오슬로 평화구상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인 생각이 모일 때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면서 남북 접경지역의 산불과 병충해, 가축전염병 그리고 어민들의 조업권 위협과 같은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명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분단으로 인한 접경지역의 문제를 전담할 기구가 구성될 지 주목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을 비롯해 동북아 에너지·경제공동체 발전을 통한 다자안보공동체 비전을 설명하며 “한반도 평화가 지역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만년설이 녹아 대양으로 흘러가듯 서로를 이해하며 반목의 마음을 녹일 때 한반도의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며 “뚜벅뚜벅 걸어가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를 성사시켜 반드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직후 이뤄진 질의 응답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방한하는데 가능하면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북미 비핵화 대화와 관련해서는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된다고 해도 대화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도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조속한 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슬로포럼은 노르웨이 외교부와 제네바 소재 비정부기구(NGO)인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Center for Humanitarian Dialogue)가 2003년부터 매년 공동 주최하고 있다. 주로 분쟁지역 정부 대표, 국제기구·학계·NGO 대표 등이 참여해 국제 분쟁 중재와 평화 정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코피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도 이 포럼에서 연설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4일에는 스웨덴 의회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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