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국내 농업이 우리나라 무역 발전에 따른 추가 피해를 입게 생겼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등과의 FTA 협상에서 공산품의 무역흑자를 위해 농업분야의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 농업에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규모가 크게 성장한 나라들이 스스로를 개도국이라 주장하면서 많은 우대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한다.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는 국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WB)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 4가지 조건에서 하나라도 해당되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존에 개도국으로 간주되던 35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며, 특히 우리나라는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로 개도국 지위를 확실히 잃게 된다.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농업분야에서 혜택을 받던 150개 우대규정 혜택을 잃게 된다. 관세와 농업보조금을 대폭 감축해야 하는데, 쌀 관세가 줄고 쌀 변동직불금 등으로 지급되는 농업보조금이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농업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 농업이 일부 핵심농산물에 생산이 집중되고 있어 쌀을 비롯한 상위 20개 품목 시장에 일대 혼란이 예상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WTO 체제의 특성상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안건이 처리되는데, 많은 개도국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WTO에서 안건이 처리되지 않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양자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압박한다면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브라질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향후 협상에서 브라질이 개도국 우대혜택을 누리지 않겠다는 '포기선언'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중국 역시 발전 수준에 따른 기여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우리나라 GDP는 선진국 평균 수준이며, 개도국 중 최상위권에 있다. 개도국 우대혜택을 계속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역시 발전 수준에 맞는 기여 등과 제한적 개도국 우대 이용 등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농업은 아직 농업선진국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무역발전만을 위해 우리 농업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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