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 김구(1212~1278)에서부터 반계 유형원(1622~1673), 이재 황윤석(1729~1791), 간재 전우(1841~1922)로 이어지는 ‘전북 유학’ 계보가 최근 들어 대한민국 유학의 시종을 이뤘고, 중심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남유학’ 및 ‘기호유학’이 한국유학의 중심으로 평가되면서 상대적으로 ‘전북유학’은 주류 유학의 변방으로 취급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학계에서는 고려 말 중국으로부터 성리학을 들여온 인물로 안향(1243~1306)과 백이정(1247~1323)을 들고 있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부안 출신 지포(止浦) 김구(金坵) 선생이 성리학의 도입에 선구적 역할을 했음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구 선생은 안향보다 앞서 고려에 성리학을 도입한 전북지역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또, ‘반계수록’이란 명저를 저술한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은 전북에서 조선의 성리학이 공리공론(空理空論·‘헛된 이치와 논의’라는 뜻)의 매너리즘에 빠져들 때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유학의 새로운 방향으로서 실학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이다.
‘최후의 유학자’로 이미 공인된 간재(艮齋) 전우(田愚)는 조선 말 서구문물의 난입에 맞서 미래의 한국을 내다보며 조선 유학의 맥을 전하고, 새로운 가치 창조를 기약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전북도가 ‘전북유학의 근원 찾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도는 지역 내에 산재한 서원, 제실, 향교 등의 현판 및 편액에 대한 전수조사, 의미 분석을 통해 전북유학의 근원을 찾는 연구용역에 본격 착수한다.
전북의 경우, 고려 말 성리학 전래 이후 많은 서원과 개인 문중 사우 및 제실이 건립됐으며, 이 공간에는 타 지역의 저명한 유학자들과 도내 명현들이 서로 교유(왕래)한 증거로 다수의 현판 및 편액이 제작돼 게첩 돼 있다.
하지만 이 현판·편액은 전북 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는 기초자료임에도 그동안 체계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에 도는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전주대 산학협력단과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 도내 14개 시·군 811개 처 사원, 개인 문중 사우, 서당 및 향교 등의 현판·편액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또, 내용을 해제(풀어 해석)·분석해 옛 도내 성현과 저명한 타 지역 유학자와의 교유사실을 확인, 이를 정량화 및 목록화 한 뒤 구체적인 전북유학의 모습을 고증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단순히 조사의 단계를 넘어 도내 향촌 사회의 숨겨진 문화유산 확보와 종합적 연구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내실 있는 연구용역을 추진해 향후 유적 발굴 및 정비,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국가예산 확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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