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돌을 뜻하는 우리말로 ‘백범일지’에 쓰였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김구는 일제 순사로부터 “지주가 전답에서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상례”라며 고문과 함께 자백을 강요받는다. 그 말을 외려 영광으로 여긴 김구가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 다짐한 데서 제목을 빌었다.”
  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추적해온 김동우의 개인전 ‘뭉우리돌을 찾아서’가 26일부터 7월 28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열린다.
  3·1운동의 후예이자 사진가인 한 청년이 2017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로 쫓으며 기록한 사진이다.
  그가 독립운동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 맘먹은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인도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뉴델리 레드포트가 우리 광복군이 영국군과 함께 훈련하던 장소라고 했다. 머리털이 쭈삣 섰다.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뒤져보니 유럽에서 중미까지 내 예상을 뛰어 넘는 범위였다. 그 전까지 우리 독립운동사를 너무 좁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던 셈이다. 간질간질한 무엇인가가 가슴에서 퍼져 나갔다. 세계일주를 하고 있던 난 계획을 송두리째 변경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현장을 찾아 헤매는 여행의 시작 이었다.”<작가노트>
  이 전시는 류가헌과 서학동사진관 교류전으로서 일 년에 한 번 씩 치루는 기획전이다. 그의 사진은 능숙한 기교나 멋을 부리지 않고,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는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홉 나라 독립운동 흔적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 후손들을 만나고 그 사연들을 다 기록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장인환. 전명운 의거지, 쿠바의 독립운동가 임천택, 호근덕, 이윤상의 후손, 중국 상하이 윤봉길 의거지, 상하이 김구 거주지 터, 미국 안창호의 후손, 멕시코 애니깽 농장, 김기창 가게 터, 이종오 묘소,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최재형 가옥 등등. 여기에 다 이름을 열거할 수도 없는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 그들이 적들과 혹은 생존과 목숨 걸고 싸웠던 계곡이며 절벽과 해변의 풍경들. 김동우는 각 처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만나 그 사연을 들으면서 어찌나 꺼이꺼이 울었던 지 나중에는 기가 다 소진해서 사진 찍으러 다니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흔히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대상과의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이 사진작가는 그들의 삶의 진실 앞에서 존경과 죄책감과 부끄러움 안쓰러움 등을 주체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김지연 관장은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일본, 동남아, 그리고 국내 각지를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찾아다닐 것이다. 내가 나서지 못하는 길을 대신해서 걸어가는 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