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로계첩(十老契帖)’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지난달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역사실에서 박물관에 기탁된 개인 소장 ‘지정문화재’를 선별하여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문화재 지정 제도’는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엄격한 규제를 통하여 항구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제도다.
  국립박물관은 ‘문화재 기탁’ 제도를 통해, 박물관 전시 및 연구에 활용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 소장 지정문화재 혹은 지정문화재급 유물을 보관 관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북의 소중한 보물 6점을 엄선하여 특별 공개하는 자리다.
  고령(高嶺) 신씨(辛氏) 종중이 기탁한 신말주(1429~1503) 등 열 명의 원로들을 묘사한 ‘십로계첩(十老契帖)’(전북유형문화재 제142호) 등 총 4점이 공개된다.
  신말주는 지조 높은 선비이자 은사의 모습으로 역사 속에서 부각된다. 26세 때 문과에 급제하였고, 1576년 47세때 전주 부윤으로 일정 기간 관직에 몸담았으나, 대부분의 생애를 관직과 상관없는 처사로 보냈고 노년에는 순창에 ‘귀래정’을 짓고 유유자적한 삶을 누렸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가까운 벗들과의 만남을 기념한 그림이 바로 십로계첩이다. 이후 18세기에 김홍도가 원본을 모사한 ‘십로도상첩(十老圖像帖)’(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이 전하여 흥미로운 비교가 된다.
  신말주의 부인인 설씨부인은 조선시대에는 매우 드물게 문장과 서화에 능했던 여성으로 손꼽힌다. 1482년 순창 강천사 개축을 위해 재정적 보시를 권하며 쓴 글과 그림인 ‘권선문첩’도 흥미롭다.
  남원양씨 종중에서 기탁한 ‘남원양씨 종중문서’(보물725호) 7점도 전시된다. 양수생이 문과 을과에 2등으로 합격하여 받은 합격증인 ‘양수생 문과 합격증서(楊首生文科敎旨’(고려. 1376년)는 고려시대 과거제도와 문서 형식을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다. 
  개인 소장 ‘이상길(李尙吉·1556∼1637) 초상’(보물792호)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상길은 선조18년(1585년) 문과에 급제한 뒤 평안감사, 공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던 조선 중기 문신이다. 옷의 옆트임 안쪽으로 보이는 녹색의 관복 안감과 양쪽 어깨를 기울기가 다르게 표현한 자세는, 조선 중기 초상화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이다. 그러나 얼굴을 그릴때 윤곽선의 농도를 다르게 하고 선염을 통해 입체감을 살짝 의도한 것은 조선 후기 초상화에 나타나는 기법이다.
  또 전주박물관 소장 ‘완산부지도10폭 병풍’(보물1876호)도 오랜만에 다시 관람객을 맞이한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전북 지역 역사문화 관련 지정문화재들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며, 관람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멋과 향기를 느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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