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고사동에서 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거듭 당부하는 것이 있다.
아무리 귀찮고 아는 사람이라도 해도 술과 담배를 팔때는 신분증 확인을 하라는 것.

"전에 계약한 분이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담배를 팔았다가 30일 영업정지를 받고 호되게 고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남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각별히 조심하고 있어요."

전주시 아중리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 역시 청소년에게 속아 담배와 술을 팔았다가 고생했던 일이 떠올라 분통을 참지 못했다.

특히 나이드신 시아버지가 연세가 있어 굼뜨게 행동하는 것을 악용한 몇몇 청소년들이 계산을 서둘러달라며 윽박지르는 통에 엉겁결에 담배를 팔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B씨는 "정말 작정하고 일부러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파는 편의점은 없을것이다"며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고 노력했는데도 그것을 뛰어넘는 꾀를 쓰는 젊은 사람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선량한 자영업자들의 억울한 영업정지를 방지하기 위해 식품위생법이 최근 개정됐다.

하지만 '편의점'은 법이 정한 '식품접객업'이 아니어서 대다수의 편의점은 여전히 행정처분의 대상으로 남게 됐다.

지난달 12일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로서 위·변조하거나 도용한 신분증을 사용한 청소년을 구분하지 못한 사업주들이 억울하게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상황에서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형사처벌과는 별개지만 그간 억울하게 행정처분을 받아야 했던 자영업자들의 부담감은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식품접객업'에 속하는 편의점은 전체의 10%에 불과해 90%가 넘는 대부분의 편의점은 이 법의 수혜를 전혀 입지 못하게 되면서 일선 점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

특히 편의점의 경우 주류보다는 위·변조된 신분증을 가지고 담배를 사는 청소년의 비율이 매우 높은데 담배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처벌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번 식품위생법 개정과는 별개의 문제라서 편의점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맞딱뜨리게 된 것이다.

그나마 지난 5월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소년의 강박 및 신분증의 위·변조, 도용 등으로 인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해 문제가 해결되는 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점주 A씨는 "본사 차원에서도 편의점주들이 법의 보호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도 더이상 판매자에게만 짐을 지울 것이 아니라 악한 의도로 피해를 끼치는 청소년들에게도 벌을 주는 쌍벌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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