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올해 공연은 원작에 충실한 기녀 애랑으로 많은 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보시는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북도립국악원 교류공연인 창극 ‘배비장전’에서 배비장을 유혹하는 기녀 애랑역을 맡은 한단영(30)을 2일 만났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소리꾼이 10명이 넘는 창극단에서 지난해 선배인 최현주 단원과 더블캐스팅으로 애랑역을 소화했던 그는 입단 5년 만에 주연배역을 단독으로 맡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맡은 애랑역. 올해는 어떨지 물었다.
  “지난해 공연은 도립국악원에서 맡은 첫 주연이어서 의미 있었고 감회도 깊었다, 또 한 번 해본 역이니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공연을 앞둔 연습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기녀 애랑은 가무수작에 능란한 캐릭터예요. 가야금, 소리는 물론이고 무용 요소가 많은 이유죠. 지난해에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지난해보다 편해졌어요, 안무 연습을 많이 하면서 무대 위 호흡이 좋아졌어요.”
  그는 “무용단 선배들의 자상한 지도가 큰 힘이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본격적인 소리 공부를 시작한 그는 박춘맹, 송순섭, 이난초 명창을 사사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소리문화관에서 열린 창극단 소리열전 ‘화룡점정’에 참여, 강산제 심청가 중 ‘황성 올라가는 대목’을 통해 심봉사의 설움을 오롯이 담았다.
  “소리를 처음 배울 때는 막연히 소리를 잘하는 소리꾼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음을 열심히 배우고 닮아만 가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소리뿐 아니라 들어주시는 관객을 생각해요. 관객들과 소통하고 위로가 되는 소리꾼이 되고 싶어요,”
  ‘소통하고 위로가 되는 소리꾼’은 어떤 모습일까?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최대한 살리는 거예요. ‘심청가’를 예로 들면 심청이가 아버지를 돌보는 마음, 즉 ‘효심’은 소리꾼의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체 줄거리를 생각하며 비통할 때는 한없이 비통한 소리를 들려주며 몰입시키는 모습이 아닐까요?”
  자신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스승인 송순섭 명창과의 일화를 들려준다.
  “산공부 할 때 일입니다. 어느 날 낮잠을 주무시던 선생님이 잠꼬대를 소리로 하시는 거예요. 잠자는 시간까지 소리를 생각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존경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좌절감도 느꼈어요. 내가 과연 스승님처럼 뼛속까지 소리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자문이었죠. 감동받았어요.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더 노력해야겠죠.”
  매년 도립국악원에서 펼치는 20여회의 공식적인 복지공연 외에 개인적으로도 복지지설을 찾아 봉사를 마다않는 그의 여정이 ‘배비장전’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 미산제 ‘수궁가’ 발표회, 강산제 ‘심청가’, 강도근제 ‘흥보가’ 완창발표회.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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