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를 전공한 이루리의 두 번째 개인전 ‘한가지의 댓가, 선택정렬’이 지난 4일 개막, 16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전시실에서 열린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인 ‘선택 정렬((selection sort))’은 주어진 데이터들 중에서 최솟값을 찾아 자리를 바꿔가며 정렬하는 방법이다. 작품의 시작과 정리. 작가가 행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주어진 데이터를 선택 정렬하는 모습과 같다.
  “저는 ‘정렬’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반복되는 것을 정리하는 것을. 정리하는 가운데 선택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고 이 과정에서 ‘선택정렬’을 알았다. ‘사람들의 삶도 자기 일상을 데이터로 정렬해서 자신을 형성하고 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고 이번 전시는 ‘선택정렬’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소재는 철 파이프. 여자 작가들이 많이 다루는 소재는 아니다. 대학입학 후 나무로 작업을 해오던 중 선배들의 철 작업을 도우며 재미를 붙였다.
  “문민 작가나 김성수 작가가 철을 사용해 작업한다. 옆에서 작업을 도와드리는데 두 작가들이 (제 생각에) 어려운 일을 아주 즐겁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저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선배들에게 철 녹는점과 다루는 요령 등을 배우고 작업이 익숙해지면서 철을 주재료로 사용하게 됐다.”
  ‘나무 작업이 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 왔다.
  “강해서 휘어지거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철이지만 막상 철을 조각내고, 녹이고, 붙이면서 발견하는 유연성은 나무에 못지않고 재미있다. 또 강렬한 표현에는 철 만한 소재도 드물다.”
  철의 무게에 대한 부담은 속이 비어 있는 파이프를 선택하면서 줄어 들었다. 또 파이프는 자신만의 언어로 작품의 깊이를 대변한다.
  “파이프안의 네모난 공간이 의의로 재미있다. 또 딱딱한 철이지만 다양한 표현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선으로 자른다면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평면으로 자른다면 다소 뭉뚝한 평범한 인상을 준다.”
  파이프 자체로 표현이 어려운 부분은 채색으로 보완한다.
  작품 ‘22’은 채색을 통한 ‘진화’을 예고한다. 전체적으로 검은 파이프로 이뤄진 ‘22’에는 빨간점 22개 있다. 그는 다 완성된 듯하지만 여전히 의문을 품고 안주하지 않는 자신을 작품  으로 표현했다. 다음 3번째 개인전은 채색이 더욱 많아 질 것이라는 ‘팁’도 던져준다.
  “다음 전시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보고 싶다.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 느낌을 색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어떻게 표현 할지. 많이 기대해 달라.”
  전북대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전북대 미술학과 일반대학원 조소전공 석사수료. 단체, 기획전에 10여회 참여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