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물피 도주 사건 피해자들이 소극적인 경찰의 대처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 A씨는 지난 4일 발생한 자동차 물피 도주 사건의 소극적인 경찰 대처에 불만을 토로했다.

사건 전날 그는 저녁 술자리 약속이 있어, 다음날 출근길 숙취운전을 우려해 직장 주변에 승용차를 세워뒀다.

이튿날 A씨의 승용차는 누군가 사고를 내고 도주해, 차량 범퍼가 내려앉고 방향지시 등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A씨는 용의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당시 오전 4시께 A씨의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후진해 도주하는 검은색 승용차를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의 “도주한 검은색 승용차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어, 용의자를 찾기 어렵다”는 답변은 A씨를 더욱 황당하게 했다.

A씨는 “이번 사고로 자동차 수리비로 130만 원 상당이 들었다”며 “아무리 인적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아니지만, 용의자의 행적에서 고의성과 음주운전에 대한 의심이 드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물피 도주 사건이 빈번하자, 지난 2017년 6월 물피 도주시 가해자가 피해차량 수리를 보상함과 동시에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되는 것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A씨처럼 가해차량을 특정하지 못하거나, 도주의 고의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범칙금이나 벌점을 부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이 물피 도주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물피 도주 사고를 겪은 전주시 김모(33)씨는 “경찰에 신고하니 블랙박스와 CCTV 여부를 묻고, 가해차량이 확인이 안 된다는 답변을 하고 이후 내사종결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처벌규정만 있고, 적극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법을 왜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경찰은 물피도주 사건 수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인지하고 있지만, 수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명피해 사건과는 달리 물피 도주 사건의 경우, 가해자 도주경로 확인을 위한 CCTV 전수조사 등에서 추가 수사관 투입 등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사고 후 사고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피 도주 사건의 경우, 블랙박스가 보급되면서 신고가 급증한 가운데 담당 수사관 배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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