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날이면/고향 길 나서고 싶다/그 길은 언제나 푸른 풀내음 출렁인다//용머리 고개 너머/절 동네 지나/돌꼭지 오르면 커다란 돌무더기//공동묘지 지나며/귀신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돌무덤 꼭대기에/돌 하나 얹었다//북덕지 과수원에선/복숭아 익어가는 소리/동제 앞 논두렁에서/뜸부기가 울었다//(하략)” <‘고향 가는 길’ 일부>
  수필가이자, 화가이고 시인인 정정애가 시집 <고향가는 길>(북매니저)을 펴냈다.
  팔순을 넘긴 시인은 고향 ‘상거마’(현재 삼천동 부근)를 떠올리며 지금은 사라진 풍경을 따뜻한 시어로 그려냈다.
  세월이 흘러 사라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닿는다.
  한 움큼의 매듭단추가 남아 있는 ‘어머니가 혼수로 가져오신 장롱’을 대하면서 그는 너무 멀리 계신 어머니에게 긴긴 한 통의 편지를 쓴다.
  “(전략) 결국 모두 버리고 떠날 것을/내 몸도 태워져 재만 남을 것을/꾸역꾸역 주어 담고 끌어안는 어리석음//장롱 밑에 매달린 먼지들이/말을 걸어온다/너도 결국 너와 다를 것이 없다고//아니야!, 아직은 아니야!/먼지를 모두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매듭단추 풀어 헤치듯이”
  초중고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고 대한문학 신인상과 한국시 신인상을 받았다.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 기스락1실에서 5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문단에서는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 전북문예 회원이며 화가로서 한국미협, 전북미협, 전미회, 전북여류화가회  회원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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