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문화 인프라 확충이라는 국가정책 아래 전국에 생겨난 문화예술회관.

40여년이 흐른 오늘날 공연자와 관객 모두의 기대를 충족 못하면서 이들 문화예술회관은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높아지면서 오페라극장, 체임버, 콘서트홀 등 전용 공연장이 최근 수도권과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리의 고장인 전주 역시 전용 공연장에 대한 요구가 높다. 세계 각국이 해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을 통해 지역을 찾지만 실상 이들의 기대에 부합할 공연장이 부재한 이유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전주 지역 공연장 현황을 점검하고, 다른 지역의 전용 공연장에 대해서도 살펴본다.<편집자주>

 

소리의 고향인 전주에 제대로 된 전용 공연장이 전무하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나 공연장은 과거에 머물러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전주시가 운영하는 공연장은 1980년 개관한 덕진종합회관 현 덕진예술회관이 유일하다.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은 객석 486석 규모의 다목적홀 1실이 전부다.

덕진예술회관에 입주한 시립예술단 가운데 극단을 제외한 교향악단, 국악단, 합창단은 자신들이 상주하는 공연장이 아닌 전북도가 운영하는 소리문화의전당에 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정기공연 조차 소리문화의전당을 대관해 발표하면서 단별로 연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의 대관료를 지불하고 있다.

전주시 예술단운영사업소장과 각 단장들은 지금의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을 ‘강당’ 수준이라 표현했다. 현재 공연장은 유치원 발표회, 민방위훈련 등 민간에서 대관해 진행하는 행사가 주를 이뤘다.

해마다 시설개보수를 위해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으나 구조상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사업비 18억원(지특 7억2000만원·지방비 10억8000만원)을 들여 시설개선공사를 벌였다.

당시 시설개선공사로 음향설비, 조명, 건축시설, 무대기계장치, 객석의자 등을 교체했지만 이 역시 큰 차이 없었다.

장진영 예술단운영사업소장은 “현재 공연장 구조상 개보수에 한계가 있다. 무대 높이가 높고 객석의 경사도가 낮아 소리의 울림과 잔향 등을 감안할 때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원들 역시 전용 공연장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두고 편법에 기대야 하는 상황 탓에 적잖은 한숨을 내쉬었다.

합창단장은 “합창단은 클래식을 하는 사람이고 마이크를 쓰는 전자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울림과 소리를 모아주는 블랜딩이 중요하다. 물론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도 부족하지만 예술회관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교향악단장 역시 “음향시설은 물론 무대 규격조차 요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술회관의 무대는 50인조뿐이 못 올라가는데 요즘 교향악단 추세는 기본이 80인조다. 이곳에서 하려면 나머지 30명은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성악 등 덕진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분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이곳에서는 마이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더 넓은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선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지역에 전용 공연장을 조성한다면 교향악단 등 세계적인 공연을 이곳에 유치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시민들은 다른 지역의 전용 공연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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