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환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윌리엄 하인리히는 업무 성격상 접하게 된 수많은 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산업재해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이라는 책을 펴냅니다. 이 책을 통해 ‘1:29:300 법칙’을 소개했는데, 이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그와 비슷한 작은 사고와 징후들이 선제된다는 게 이 법칙의 요지입니다. 작은 사고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땜질 처방만 반복하다가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작은 조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은 탓에 큰 사고들로 이어지곤 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도 같은 맥락입니다. 1980년대 뉴욕은 치안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여행객들에게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을 하곤 했을까요. 그런데 당시 뉴욕의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과 윌리엄 브래턴 검찰국장이 도시정책에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지하철에 낙서를 하거나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등 작고 사소한 무질서를 없애는 데 주력한 결과 살인이나 강도, 강간 같은 중범죄까지 덩달아 줄어든 것입니다. 어떤 경범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단호한 의지가 ‘강력 범죄는 더욱 엄정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심어줬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경찰이 큰 사건 해결에 주력해야지 겨우 피라미들이나 잡고 있느냐”고 비판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사건들을 용인하거나 방치하면 더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국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이 강조하는 작은 조짐들을 예방한 결과 뉴욕은 비로소 질서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학에서 비롯됐지만 경영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품의 사소한 하자, 서비스나 친절의 작은 소홀함, 섬세함이 부족한 공사 마무리 등이 기업에 대한 신뢰 하락과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그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 것입니다. 사람도 큰 바위에 걸려서 넘어지지 않습니다. 무심코 걸어가다 걸린 작은 돌부리에 무릎이 깨지는 법입니다.
시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시설공단의 경우 작고 사소한 것들을 크고 중하게 여기는 ‘디테일 경영’이 필수입니다. 또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안전점검에 있어서도 작은 징후와 조짐부터 꼼꼼히 관리해야 합니다. 고장 난 벤치나 운동기구를 공원에 그대로 방치한다면 사람들은 그 시설들을 더 함부로 쓰고, 그곳에 쓰레기를 마구 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우범화가 되고 사고로 이어지면서 기관의 이미지와 신뢰도는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시설공단은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속적으로 ‘디테일에 집중하자’, ‘깨진 유리창을 없애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자’고 서로 독려하며 조금씩 문화를 바꿔가는 중입니다.
우리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개발 마스터플랜과 대형 랜드마크 건설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일상 속의 작고 사소한 생활이슈에 좀 더 집중한다면 도시 이미지와 시민 행복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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