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산업이 급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지난 2016년 6조4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377잔으로 성인이 하루에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꼴이다.
이렇게 커피산업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틈새시장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무카페인 음료나 커피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그린로드는 작두콩을 로스팅해 커피를 만드는 농식품 스타트업으로 커피 대체음료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절’에서 공부하던 취준생, 농업에 눈을 뜨다.
그린로드 김지용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정읍의 한 사찰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이 기간이 무려 6년. 장기간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느낀 김 대표는 공부를 중단하고 생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선택한 것이 붕어빵 노점. 처음 해보는 노점상이었지만, 장사는 승승장구였다. 붕어빵을 팔아 하루 평균 수십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장사에 대한 재미를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절 특성상 노점 장사는 그리 길게 가지 못했고, 이때 접하게 된 것이 농업이었다. 김 대표는 지인이 소개해준 돼지감자 작물을 재배하면서 농업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늦깍이 대학생, 작두콩으로 커피에 도전하다.
농사는 적성에 맞았다. 김 대표는 평생직장을 꿈꾸며 농장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는 곧 농수산대학교 입학으로까지 이어졌다.
나이 서른에 늦깍이 신입생이 된 김 대표는 ‘작두콩을 태워 가루를 내어 먹었다’는 본초비요(本草備要) 고문을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커피와 비슷한 제조 방식과 작두콩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직접 로스팅에 나섰지만 작두콩은 매우 어려웠다. 콩이 큰데다 온도조절 또한 쉽지 않아 폐기하기 일쑤였다. 폐기하는 양이 늘어날수록 김 대표의 로스팅 실력은 함께 성장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작두콩 음료는 구수면서 쌉싸름한 맛이 아메리카노와 비슷했다. 커피 대체음료로 손색이 없고, 여기에 무카페인이란 점은 사업화로서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아이디어 경연대회부터 창업까지
작두콩 커피 개발을 완료한 김 대표는 지난 2016년 농식품아이디어 경연대회와 박람회, 전시회 등지에서 시음회를 진행하며 시장의 반응을 살폈고, 2017년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무카페인 음료로 임산부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커피 대체 음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8년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농식품 창업콘테스트에 출전한 그린로드는 최종결선 5위에 오르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그린로드 판매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창업 1년 만에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린로드는 작두콩 커피를 액상형태로 즐길 수 있는 캡슐 제품을 개발 중으로 특허출원도 진행하고 있다./김대연기자·red@

▲김지용 대표 인터뷰
△그린로드가 꿈꾸는 발전상은?
그린로드의 비전은 농식품 강소기업이 되는 것이다. 대형화되고 전자동화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청년들이 또 다음세대가 취업하고 싶은 작지만 강한 농식품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작두콩 커피처럼 새로운 영역을 찾고, 개발하면서 그린로드만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싶다.
△전북의 창업환경과 비전은 어떠한가?
전북은 농식품 창업환경이 매우 우수한 편이라 생각한다. 그린로드가 자리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업을 위한 전문기관들을 활용하기 좋다. 또한 농산물을 가까이서 접하고 선별하고 가공으로 이어지는 지리적 여건도 뛰어나다.
△창업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식품산업이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겉으로는 쉽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 창업하고 사업화가 이뤄지기까지 어려움이 많다. 남들과 같아서도 안 되고,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창업에 녹여내야 한다. 여기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을 최대한 이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단순한 자금 지원만이 아니라 창업 기관에서 유통되는 정보나 트렌드를 읽어내야 한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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