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과 여기에 대응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며 한일 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판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일본을 꿈꾸는 아베 총리 입장에서 당시 일본 정부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므로 일제의 폭압성을 드러내는 것은 일본의 만행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여러 사실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위안부 문제이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일제의 야만적 행동을 알게 된 국제사회에서도 공분하고 성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피해 당사자분들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두 분씩 세상을 등지고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모델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던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하여 올 들어 4분이 돌아가시고, 현재 생존자가 21분밖에 남지 않았다. 생존자 가운데 최고령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정복수 할머니(103세)로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위안부를 통해 일본의 사죄 및 배상의 시급성을 알리고,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의 실상을 환기하기 위하여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다. 이것은 2011년에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된 뒤로 전국적으로 제작되었다.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까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전북의 사례를 들면, 전주, 익산, 군산, 정읍, 남원, 김제, 진안, 순창, 고창, 부안 등 10개 시군에서 건립되었다. 물론 완주와 무주, 장수, 임실 등 아직 건립되지 않은 지역도 4곳이 있다.  2019년 1월 현재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적으로 112개가 건립되었다. 전국 230개의 기초자치단체(67시·98군·65자치구)를 감안하면 5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전북은 71%를 상회하여 평균을 한참 넘는다. 따라서 아직 건립되지 않은 기초자치단체 4곳에서 건립을 추진하여 완성한다면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유일한 광역자치단체로 부상할 수 있다.
  이는 전북도민들의 전쟁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공감 능력을 대내외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에서 전북의 행동은 국민들의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약자에 대한 배려,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한 성숙한 민주의식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전북은 동학농민혁명부터 조선말의 후기의병, 3?1운동, 독립운동, 4?19, 5?18, 6월 민주항쟁, 촛불까지 한국사의 물줄기가 바뀔 때마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상기하면 전북인의 자존감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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