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하늘과 찌는 듯한 무더위 때문일까.

전주한옥마을마저 한산한 25일 오후, 앞치마와 마스크로 중무한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이 날 이곳의 온도를 바꾼다.

전북대 예술대학 통합예술교육 커플링사업단(단장 이화동) 학생들이 화려한 한옥마을 속 낡고 오래된 담벼락에 은은한 꽃을 덧입히는 중이다.

사업단은 산학관 협력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고 취업을 지원한다. 통합예술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취업준비에 한창인 대학교 3,4학년생들이 벽화작업에 나선 건 아무리 바빠도 그들이 가진 무언가를 나눠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2017년도에도 작은 동네에 벽화를 그렸고 지난해 방학에도 한옥마을에서 홍보자료를 배포했다고.

사업단 학생 7명은 전주시 전주한옥마을 경관조성사업으로 24일부터 사나흘 동안 전주한옥마을 최명희길(최명희 작가 생가터 주변) 담벼락에 그림을 그린다.

세월에 깨지고 부딪힌 개인 소유 담벼락(18m 가량)은 시멘트 느낌을 살리면서 보기 좋게 바뀐다.

금세 마르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은은한 회색 바탕 위 검은 테두리를 가진 하얀 꽃과 푸른 넝쿨을 새긴다.

둘째 날 찾은 그곳에선 담벼락을 긁는 한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까만 재가 얼굴 가득 내려앉은 지도 모른 채 긁는 중인 가구디자인 전공 4학년 김종한 학생은 “울퉁불퉁하고 뭔가가 묻은 벽에 물감을 칠하면 스며들지 않는다. 중요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저도 미술하는 사람이고 벽화 많이 그려봤지만 더 전문가(서양화과)들이 있으니 양보해야죠.”

판소리 전공자들은 담 그을음을 긁으며 말벗으로, 노동요(?)로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다.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쓱쓱 물감을 칠하는 이들도 있다. “캔버스에 그리는 것보다 익숙지 않고 비오면 후다닥 철수할 게 걱정이지만 자주 하던 일이라 어렵진 않네요. 봉사한다는 기쁨도 큽니다. 집이 좀 낡아서 거기에 맞게, 따스하게 연출하고 있어요. (서양화 전공 3학년 김수하 최유경 학생).”

박경숙 사업단 부단장은 “우리 사업단 학생들이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해줘 고맙다. 아이들 손길로 이곳이 가고 싶은 길로 자리잡길 바란다”며 “전주시에서 어수선한 화분을 정리하고 벤치를 원목으로 설치한다면 우리가 다른 벽면도 쉼이 있는 공간으로 손볼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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