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생기를 잃었던 익산 황각천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버들치가 헤엄치는 물가에 아이들이 모여든다.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대표 김공현·이하 익산네트워크)의 옛도랑 복원 사업 결과 한때 버려졌던 황각천이 주민들의 삶속으로 돌아왔다. 특히 2018년 강의날 대회 사례발표에서 전국 2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도 성공 사례로 발표하는 기회도 가졌다.

  황각천은 ‘주민참여와 거버넌스의 실현’ 모델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강과 하천을 지킬 수 있다면, 수질보전을 위해 매년 쏟아 붓고 있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생각에서 전라북도강살리기추진단의 ‘주민참여 강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물을 중심으로‘주민참여’와 ‘거버넌스’를 묶어내는 작업은 불과 얼마전까지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으며, 많은 단체들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았다.
  전북에서 시작한 이 작업은 물을 중심으로 주민참여와 거버넌스라는 두 축이 합쳐지는 과정이 1년, 2년 거치면서 융화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파급영향은 생각 이상의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라북도강살리기추진단이 만경강 민관학협의회 계보를 이어 새만금지역을 넘어 전북 전체로 확산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이어갔다, 도내 14개 지역에 강살리기네트워크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14년부터 주민참여형 강과 하천살리기활동에 두각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 있으니, 바로 익산 황각천이다.
  익산시 금마면 신용리에 자리한 황각천의 물은 금마저수지로 유입된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생활오폐수, 주민들의 하천변 불법소각 및 쓰레기 투기 농사 잔재물 하천변 방치로 녹조와 악취가 심각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황각천은 스토리텔링의 보석창고였다. 살아있는 전설과 이야기가 하천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
  <익산시사>에 따르면 이 곳은 익산에서 제일 명승지라 이르는 경치 좋은 곳이다. 익산 구지에도 ‘사시 풍경이 입과 붓으로 다 형용할 수 없어 시인 묵객이 끊이지 않는다’하였다.
  황각마을 입구에는 ‘황각동’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바위가 있다. 이 황각동은 중국에서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황학루(黃閣?)에서 취한 명칭이다.
  바로 옆에는 하서대(荷鋤臺)와 유상곡수(流觴曲水) 바위가 있다.
  하서대는 농부들이 일을 하다 바위에 호미를 죽 걸쳐 놓고 막걸리를 마시던 넓은 바위다.
  유상곡수는 경주의 포석정처럼 선비들이 바위에 앉아 술잔을 물에 띄우며 그 술잔이 자신의 무릎 앞에 올 때까지 시를 한수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시던 곳이다.
  황각천은 100년이 훨씬 넘은 돌기둥의 정자를 중심으로 황각동 바위와 하서대, 유상곡수가 마치 정자를 감싸 안은 듯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라북도에서 처음으로 대제학(정2품)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소세양(1486~1562)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세양은 황각마을 바로 옆 도천마을에서 태어났다. ‘황각동’와 ‘하서대’, ‘유상곡수’ 모두 소세양의 송설체(중국 원나라 조맹부의 서풍)로 전해 온다.
   황각천에는 살아있는 전설과 이야기가 하천과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소세양의 글씨체가 지금도 남아 있는 역사문화의 유적지다.
  익산네트워크의 주민참여 강(하천)살리기는 언제나 그랬듯이 도랑에 대한 조사와 스토리개발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도랑에 대한 역사적 이해는 물론 지형, 지질, 생태학적 부분까지 탐사하는 세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같은 도랑조사는 확실한 스토리발굴로 이어졌고, 스토리에 엮여진 도랑복원이 진행되는 엄청난 결실을 거두는 지역이 되었다.
 지금까지 복원한 도랑의 이름만 들어도 이 같은 성과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황각천 쌈지꽃밭, 황각천 하서대, 황각천 유상곡수.
  이야기가 스며든 하천은 주민들의 관심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스토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0회 이상의 현장답사가 이뤄졌다.
  스토리텔링은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지역조사, 주민 면담을 통해 역사적 증언과 민담을 찾는 과정을 거친 후 토론과 각색작업을 거친다. 자연역사와 인문학이 결합되는 융합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다.
  스토리가 발굴된 후에는 하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도랑을 꾸며나가는 작업이 수월해졌다.
  그 결과 황각천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됐다.
  2014년 외국인 대학생 50여명의 스토리텔링, 2014년 함열원광어린이집 친구들의 스토리텔링 및 2015년 정읍 앵성리 주민들이 선진지 견학, 완주군네트워크에서 선진지 견학을 왔으며 2017년 임실 선거마을 주민들의 선진지 견학과 2018년 정읍 답곡마을 주민들의 선진지 견학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이은숙 익산네트워크 사무국장
  -옛도랑 복원사업의 의미는?
  ▲먼저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하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일조를 하였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주민이 주인공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릴 때 새우와 가재도 잡고 멱도 감으며 보리쌀을 씻어먹고 김장배추도 씻고 우렁이도 잡던 도랑을 복원해 주민들의 도랑으로 돌려주었다는 점이 뿌듯하다.
  -기억에 남는 일은?
  ▲마을주민들과 함께한 활동들이다. 주민들과 천연제품을 이용한 천연세수비누 만들기, 천연한방샴푸 만들기, 천연치약 만들기, 피톤치드방향제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간이정수기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진행했었고, 비점오염원 주민교육을 꾸준히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인근 제7557부대원들과 기업, 행정, 회원, 주민 등 많은 분들도 도왔다.
  -과제가 있다면?
  ▲지속성이다. 현재 주민들은 황각천의 사례가 유명세를 타게 되고 전국에서 선진지 견학도 오고하니 황각천 사랑도 깊어가고 자긍심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꾸준히 유지·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5년 동안의 수고가 헛되게 될 것이 뻔하다. 옛도랑복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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