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다작 저술가 강준만(전북대 신방과 교수)은 매일 2시간 이상 ‘독서 노트’를 작성한다고 한다. 책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보다가 긴요하거나 인상 깊은 구절이 나오면 정리해놓는 작업이다. 
  새 책 <그 순간 그 문장이 떠올랐다>(개마고원)은 그가 수십 년째 작성해온 독서 노트에서 고르고 골라 뽑은 문장들로 엮어낸 ‘명언 에세이’집이다.
  그는 는 우리 50가지 주제어를 선정해 그에 대한 명언들로써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명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기만 하지 않고, 때론 거기에 반발하기도 하고, 비평하기도 하면서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깊이 따져본다.
  존 던의 ‘그 누구도 섬은 아니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한발 더 나가서 그 의미를 이렇게 확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섬이 아니라는 건 당위의 선언일 뿐 현실은 아니다. 우리 사회엔 섬처럼 내버려두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며,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를 섬으로 만들기 위해 이른바 ‘왕따’를 저지르기도 한다. ‘타인을 섬으로 만드려는 사람은 악인이다’는 좀더 적극적인 아포리즘이 나와야 할 것 같다.”(27~28쪽)
  ‘최악의 죄악은 만족이다’라는 니코스 카잔스키의 말에 대해서는 이렇게 유의할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우리 모두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만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일반적인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좋은 점만 취하되 너무 빠져들지는 않는 게 좋을 것 같다.”(96쪽)
  두번째 특징은 다루는 명언의 범위가 ‘‘간결, 단순, 압축’의 속성을 갖고 있으며 세상과 사람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말‘로 넓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위인의 그럴 듯한 말만이 아니라,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말이라면 모두 명언에 포함시킨다.
  대중가요의 가사나, 누군가의 인터뷰에서도 명언을 찾아내고 있다.
  ‘체면은 여자에게도 중요하고 수치심 역시 남자에게도 중요하다’는 정신과의사 정혜신의 말 역시 잘 알려진 말은 아니지만 남녀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꼬집는 탁월한 명언이다.
  “흔히 체면은 남자의 것, 수치심은 여자의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 우리 주변엔 남녀 차이에 관한 잘못된 속설이 많다. “남자는 체면, 여자는 수치심”과 같은 잘못된 고정관념은 하루 빨리 버리는 게 좋겠다. 우리 인간은 성별·인종·지역 등으로 사람들을 나눠 그 어떤 딱지 붙이기를 즐겨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게 하기엔 이 세상 사람들은 너무도 각양각색이다.“(233~234쪽)
  ‘나이가 먹을수록 과거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나 ‘세상을 망치는 건 신념을 가진 인간들이다’ 같은 말들도 촌철살인의 맛을 선사한다. 이렇게 다소 평범한 듯한 말들에서 여느 명언 못지않은 깨우침을 찾아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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