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견(1954~)의 ‘천불천탑-선(禪)’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이 지난 2년간 수집한 작품 가운데 엄선한 12점이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은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수장고에서 잠깐 마실 나온 작품들’ 전을 개최한다.
  전시 작품은 도립미술관이 2018년과 2019년에 수집한 50여 점의 소장품 가운데 12점을 엄선했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얼굴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은 2004년 개관이후 초기 5년에는 서화의 맥이 강하게 흐르고 있는 전북의 지역성을 고려해 근대기 고서화를 중심으로 하면서 지명도가 있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다.
  그 후 5년에는 현장 미술가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모제를 병행했고, 기증작품을 더하면서 풍성해질 수 있었다. 기증은 아무런 조건 없이 이루어질 때 가장 아름답다. 소장품 속에는 기증 과정에서 훈훈한 뒷맛을 남긴 후일담 또한 가득하다.
  최근 5년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의 특성화 전략인 ‘아시아 지도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북도립미술관이 주체적 시각으로 아시아 현대미술을 도민에게 소개하면서, 전북 미술가를 국제적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다. 이에, 아시아 현대미술 작품(45점)을 예산의 20% 정도를 할애해서 수집했다.
  주요 전시작품은 ▲조래장(1946~)의 ‘내변산의 설(雪)’ ▲이희완(1951~)의 ‘야경-2012’ ▲김부견(1954~)의 ‘천불천탑-선(禪)’ ▲최원(1956~)의 ‘program system 88-1’ ▲권순환(1957~)의 ‘홀로봇-큐브언어프로젝트’ ▲김종대(1958~)의 ‘독서성(讀書聲)’ ▲홍선기(1959~)의 ‘이발사’ ▲이상권(1960~)의 ‘파도’ ▲나시룬(1960~)의 ‘이 시대 악마 그림자 인형의 상상’ 이다.
   ‘내변산의 설(雪)’은 내변산의 설경을 투박하게 중첩해서 풍성한 재료감이 돋보인다. 그림을 통해 자연의 시간과 변화를 담담하게 녹여내고 있다.
  ‘야경-2012’는 활달한 붓질과 물맛이 풍성한 번지기 기법까지 농(農)·담(淡)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서 뒷골목의 야경을 표현했다.
  ‘천불천탑-선(禪)’은 과하게 꾸미지 않은 무심한 구도로 이상세계에 대한 염원과 불교의 정신세계를 형상화했다.
  ‘이발사’는 미술가가 기증한 작품이며, 거친 텍스처의 질감을 표현한 회화이다.
  ‘파도’는 수성 물감과 종이라는 재료가 갖는 특성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수채화의 맛과 멋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도네사아 작가의 ‘이 시대 악마 그림자 인형의 상상’은 추상적 또는 반추상의 양식으로 물감의 드립핑을 통한 추상표현주의적 우연성을 기반으로 대담한 표현력과 구성을 가지며, 때로 두꺼운 마띠에르를 통해 화면에 예기치 못할 우연성을 주시했다.
  김은영 관장은 “미술관에서 수집한 소장품은 공공재로써 미래의 문화유산이기에 항온항습시설을 완비한 수장고에 영구 보관을 원칙으로 하며, 기획전시의 필요에 따라 수장고에서 잠깐 나와 대중에게 말을 건다”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탁월한 미감과 품격을 가진 전라미술을 대외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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